김규항, 배설


김규항

November 27, 2015 ·

배설

당연히 박유하의 견해를 비판할 수 있다. 학자가 책을 쓰는 것 자체가 비판과 토론을 위한 것이다. 다만 비판은 사실을 근거로 해야 한다. “자발적 매춘부”라는 말은 박유하의 말이 아니다.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일본 극우 세력을 비판하기 위해 박유하가 그들의 발언 중에서 인용한 말이다. 또한 비판과 토론은 민주적 공론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든 비판하고 토론할 공간이 열려있는데 왜 법정에 내맡기는가. 그럴 거면 국정교과서는 왜 반대하며 세월호 사건도 법의 처분만 기다리면 되지 왜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이는가. 박유하의 견해에 비판적일수록 오히려 더 검찰기소를 반대하는 게 정당한 태도다. 그런 분별이 없다면, 스스로 비판이 아니라 감정적 배설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일본 극우세력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바로 그런식의 감정 배설을 위안부 문제를 뒤트는 데 애용해왔다. 좀더 냉정해지지 않으면, 좀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 그들을 꿇릴 수 없다. 덧붙여, 근래 사회적 비판엔 끔찍한 수준의 성차별적 발언이 널리 용인되고 있는데 이글 역시 그렇다. 전체 비유도 그렇고.. 아버지는 딸을 미친년이라 욕해도 되고 뺨을 때려도 되는가? 말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