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홍진, 문맥의 창조적 오독에 대해

배홍진

December 5, 2015 ·

제국의 위안부, 문맥의 창조적 오독에 대해

텍스트는 다양한 문맥의 핏줄들로 짜여진 복잡한 유기체다. 하나의 텍스트를 읽을 때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문맥만 따라가다 아뿔사 창조적 오독에 빠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문맥의 지도를 섬세하게 짚어가며 텍스트의 의미망을 객관적으로 포착하기도 한다.

제국의 위안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자꾸 쓰지도 않은 자발적 매춘부다란 표현을 고집스럽게 물고 늘어지는 건, 그들 말대로 어떤 문맥이 그들에겐 그렇게 창조적으로 읽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뭐, 그렇다 치자. 그럼 왜 그들은 자발적 매춘부로 읽힐 수 있는(편협한 오독이지만) 문맥만 읽고, 그 문맥을 전반적으로 둘러싸고 있는 여러 다양한 층위의 문맥들은 읽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일테면 위안부란 가부장적 제국주의와 식민지가 만들어낸 명백한 피해자들이며, 설령 그곳에서 형식적인 자발성이 있었다 해도, 그건 국가와 계급, 남성권력이 벼랑으로 내몬 가혹한 자발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리고 이 외에도 일본과 제국과 식민지의 모순을 신랄하고 꼼꼼하게 비판한 다른 수많은 문맥들은 왜 읽어내지 못했는가? 아니 읽으려 하지 않았는가. 쓰지도 않은 자발적 매춘부란 말을 문맥에서, 무슨 달걀 꺼내듯이 마구 끄집어낼 정도로 창조적인 독해를 할 줄 아는 양반들이 우째서 다른 문맥들은 개무시를 하고 휑 지나갔는냐 말이다. 참으로 아리송한 일이다.

아리송하지만, 요건 분명히 말하고 싶다. 역사의 정의란 미명하에, 한 학자를 마녀재판의 가혹한 불길로 몰아넣을 정도로 당신들은 확신하고 있는가? 당신들이 그 놀라운 문맥을 본 곳이, 당신들이 손에 들었던 그 책의 지면인지, 혹은 그 책을 냉소적으로 내려다 보던 당신들 눈동자의 심연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