渦中日記 2017/9/6

(또 깁니다..)
어제는, 마광수교수가 자살했다는 소식에 나를 떠올려 주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분명, 여러 기사들에서 드러나는 마교수의 우울과 고독은, 많은 분들이 염려와 함께 유추해 준 것처럼 나의 것이기도 하다. 마교수가 이십수년 전 사태의 그림자를 세월이 지나도 못 지웠던 것처럼, 나 역시 아마, 3년 전에 일어난 사태의 여파를 남은 인생동안, 피하지 못할 것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다행히 내 경우 아직 직장은 유지되고 있지만, 마교수에게 일어났던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아직 없다.
구속이나 해임사태 이상으로, 그가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가슴에 아프게 와 닿는다. 직장과 문단에서 “왕따” 당했다고 그는 얘기한 듯 하지만, 정말은 왕따 자체가 아니라, 세상의 억압–한번 세상의 비난을 받았던 사람은 찌그러져 있으라는 식의 억압이, 마교수를 짓눌러 “스스로 왕따” 시킨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결국, 이 세상이라는 공간자체에서 자신이 있을 곳을 빼앗아 버렸다.
나에게 쏟아진 것도 사실,”찌그러져 있으라”는 억압이었다. 고발이란 사실 그 방아쇠. 처벌 이전에, 다수의 비난자들을 국민 속에 만들어 공격과 혐오를 반복적으로 쏟아 놓도록 만든 방아쇠였다.
그런 의미에선, 고발자들이 원했던 “처벌”을 나는 이 3년동안 이미 충분히,지나치리만큼 받았다고 생각한다.
얼마전에, 나에 대한 적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바로, 문제시 되었던 “위안부의 아이돌화” 발언을 했던 장소에서.
비공개 세미나로 알고 갔던 나로서는, 세미나장에 들어가자 마자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는 사태 앞에서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주최측에 확인했더니, 주최측도 예상하지 않았던 일인 듯, 기자를 향해 나를 찍지 말라고 말했다. 그건 내가 예상치 않았던 대처방식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자는 곧바로 얼굴이 험악해지면서 내게 항의했다. 그러면서 한 말은, “사진에 찍히기 싫으면 이런 자리에 나오시면 안되지요!” 였다.
사실,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사람은 오프에선 처음 만났다. 방청석의 원고측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적대적인 사람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말했다. “외부인들이 들으면 안되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언론보도를 피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사전에 알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된 건지 주최측에 확인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화부터 내는가? (뉴시스기자라고 하기에 “뉴시스는 언제나 나에 관해 나쁜 기사를 쓴 곳인데.” 라고 말했던 것이 그의 적대의식을 키웠을지도 모르겠다. ).”
그런데, 나는 그의 태도나 세미나 참석 없이 쓰였던 적대적 편향기사 이상으로, “이런 자리에 나와선 안된다” 고 했던 그의 말이 더 머릿속에 남았다. 그의 말은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왜 이런 번듯한 자리에 뻔뻔하게 나오는가?” 의 다른 표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그 사태에 대해 내 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호의적이었던 한 TV진행자도, “말로 한번 화를 입었으면 좀 조심할 것이지” 라는 식으로 말하는 걸 들었다. 그 역시, 내가 “문제적 발언”을 했다고 믿고 있었고, 그런 이상 “자숙”이 맞다고 생각한 것이다.
억압도 원인이 되지만,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여겨지면 말을 잃게 된다. 그런 의미에선 말을 잃는 상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는 일 자체가, 사회적/정신적 생명이 조금씩 죽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굳이 나쁜 일을 한 사람까지 가지 않아도, 아이나 노인등 약자들에게 “찌그러져 있으라” 는 식으로 말과 행동을 통제하려는 욕망은 우리 사회에 아주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계속 말하고 쓰려고 한다. 누군가의 억압이 존재하는 이상. 아니, 존재하기에 더욱.
나의 입을 틀어막고, 재산을 빼앗고, 심지어 감옥에 넣어달라는 식의 압박을 당연시하는 이들의 욕망이, 옳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억압과 지배와 파괴의 근원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내가 “찌그러져” 있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는 이상, 나는 나자신의 그런 목소리에조차 이겨 볼 생각이다. 물론 재판정에서도.
그런 나의 선택이, 마교수에 대한 작은 공양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