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uel Lee, 같은 책을 읽고도 정 반대의 생각을 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Samuel Lee

1월 22일 ·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팰로앨토 ·

[제국의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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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읽고도 정반대의 생각을 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나는 이미 여러 차례 내 블로그와 페이스북 게시판에서 이 소름 끼치는 [마녀사냥을 멈추라]고 호소했다. 2016년 벽두부터 또 [박유하 교수 9천만 원 배상판결], [피해 할머니 20억 회유] 등의 마녀사냥이 이어지는 한국 온라인 뉴스를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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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국의 위안부]를 읽지 않았다면 나도 어쩌면 마녀(?)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 사실 내가 [제국의 위안부]를 굳이 읽은 이유는 마녀(?)에게 바로 즉사할 짱돌을 겨냥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만들어 읽었다. 식상하고 따분한 이야기로 시작한 [제국의 위안부]를 인내심을 가지고 읽고 난 뒤 내 생각은 180도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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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시장바닥 쌈박질 수준의 원색적이고 선동적인 뿔난 빨갱이 때려잡자는 수준의 반일이야기만 접하던 나에게 [제국의 위안부]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일찍이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문제를 이처럼 차분하고 준엄하게 아프도록 지적하고 설득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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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을 입학 한지 2달 반 만에 5.18 최초의 희생자인 이세종 선배의 무참한 죽음 앞에서 금마 7공수에게 잡혀 근 5달에 걸친 불법 감금과 상상할 수 없는 구타와 고문을 당했던 사람이다. 이미 쓰여진 조서를 마치 내가 진짜 그랬던 것처럼 찢어지고 깨진 내 살과 뼛속에 녹여 버리려는 광기를 어찌해볼 도리없이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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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전라도 학생들을 선동하여 학생소요를 일으킬 목적으로 서울에서 김대중에게 50만 원을 받아 전라도 대학에 위장 입학했다”는 게 골자인 그 조서는 살인마 전두환이 대통령이 된 10월까지도 외우질 못해 그들의 조작은 무위로 끝나고 나는 살인마 전두환이 베푼 대국민 화합 차원으로 풀려나 망가진 몸을 이끌고 보안대 인후 공사 정문에서 내 어머니에게 인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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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를 읽으며 1980년 그 투라우마가 떠오르는 것은 차분하고 논리적이고 냉철하게 일본의 잘못을 지적해 가는 [제국의 위안부]를 일본의 앞잡이라 무고하는 꼴을 보기 때문이리라. 그에 그치지 않고 [일본에게 돈을 받았네], [20억으로 회유를 했네] 하며 한국의 사법부까지 한통속 장바닥 개싸움을 벌이는 꼴을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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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내가 느끼기에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사람들까지 온갖 괴변을 동원해 가며 마녀사냥에 동참하고 있다는 게 슬프게 만든다. 그것은 내가 두 문단이 넘어가는 글을 써보면 한줄도 읽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소설을 만들어 댓글을 다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는 점도 있다. 마치 모든 한국인이 정신과적인 문제를 가진듯이 말이다. 어쩌면 남의 글 한 문단도 읽어줄 여유가 없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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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한국인에게 적개심을 품고 언젠가 살인마 전두환을 비롯해 한국이 이 지구 상에서 사라질 그 날을 내 눈감기 전에 꼭 보겠노라는 심정으로 한국땅을 떠났으나 2003년 5.18 민주화 유공자로 한국이 화해를 청해오고 살인마 전두환이 권좌에서 내려온 뒤라 다시 한국과 화해를 시작해 오며 페이스북상이지만 감 놔라 배 놔라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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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상대하는 정치가나 딴따라들에게는 그리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온 정신을 모으고 자료를 구하고 하나하나 확인해 보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어느 길이 바른 문제 해결인가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나 같은 허접스러운 학문을 하는 사람도 미국에서 분에 넘치는 대접과 보호를 받는 데 국가의 도움도 없이 자기 혼자 마련한 [제국의 위안부]라는 연구 성과를 마녀사냥으로 뭉개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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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유하(Park Yuha) 의 [제국의 위안부]에서 이런 외롭고 처연한 돌아봄에 분명히 일본의 지성들이 바른 답을 하리라 믿는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한다. 한국의 원색적인 선동에 길든 인생 들이여, 제발 ‘마녀 사냥’을 멈추고 차가운 가슴으로 한국의 미래를 생각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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