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는 힘

재판을 위한 최종 자료체크를 하다가 발견한 원고.
5년전 봄에 오에겐자부로 <익사>(水死)심포지엄에 참석했을 때 오에선생께서 그날 발표한 원고에 나에게 주는 메시지를 적어서 건네 주셨다. 애석하게도 원본은 같이 참석했던 중국인학자에게. 그걸 보고 농담으로 “저도 주세요.”했더니 “복사지만…”하면서 써 주신 거였다.
오에선생은 나의 <수사>해석이 마음에 드신 것 같았다. 써 주신 말은
“다이오라는 인물이 만약 실재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는 (박선생한테) 깊이 이해받았다는 느낌에 행복한 인생을 누릴 권리를 되찾은 것 같았을 겁니다”.
소중한 한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느껴지는 <새로운 박유하>에게!”
기쁜 칭찬이었지만, 3년후에 나는 한국에서 나쁜 책을 썼다는 비난과 함께 고발당했다.
그동안 잊고 있었지만 우울한 재판준비를 다시 하면서, 새삼 위안이 된다. 위로는,기억해야 힘이 된다.
“새로운 나” 역시도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희망은 품는 일 자체로 삶을 지탱한다.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오에선생 악필도, 위로가 된다. 글씨는 능력이나 인품을 늘 표현하는 건 아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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