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따갑고 바람 많았던 오후에, 형사고소에 관한 조정위원회가 열렸었다. 새로 담당하게 된 검사가 권고하기에 수락했던 조정이다. 두 변호사님과 출판사의 정종주대표님, 이렇게 넷이 같이 출석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두시간 가까이 걸렸다.
전에 나온 어떤 기사에 의하면 원고측은 삭제판도 내지 말라고 요구중이다. 5명의 조정위원들이 제안한 내용은 “사과”와 “삭제요구된 부분은 국내외 출판에서 영구히 복구하지 말라”였으니 그나마 “조정”된 거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는 하지만 나는 “국내외”라는 단어를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일본어판도 내지 말라는 이야기가 되니까. 이미 아는 얘기여도 공식석상에서 들으면 비현실감이 강해진다.
아직도 가끔,내가 당하고 있는 일이 현실인가 싶을 때가 있다. 하긴, 메르스 2차 3차 감염자들이 맛볼 절망감과 분노에 비하면 내가 당하고 있는 일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겠다. 가능한 한 희생자들이 적기를 기도한다. 나는 편견과 적의의 바다에서 헤엄쳐 나가야 하고, 그들은 공포와 죽음의 바다에서 헤엄쳐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