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 지나고, 오늘은 처음으로 주변을 둘러 볼 수 있었다. 며칠 전에 페친 설안재 선생님이 보내주신 김치와(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다.) 그 전에 페친 송민수님께 구입했던 사골국을 챙겨 먹고 기운도 차렸다.
나를 비난하는 층위가 너무 여러가지라서 벅차게 느낄 때가 있다. 위안부문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게 쌍욕을 쓰는 이들부터, 팩트가 틀렸다는 사람들, 태도가 나쁘다는 사람들, 방법이 나쁘다는 사람들까지. 심지어는 하는 얘기는 틀리지 않지만, 타이밍이 나쁘다는 사람들까지 있다. 내가 읽은 원고측 마지막 문서에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일본에 강제연행을 인정하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딴소리를 해 일을 복잡하게 만드냐는 내용 조차 있었다. “한반도는 식민지 통치 하에 있었기 때문에 강제연행이 있을 수 없었다”고까지. 그러면서도 외부에는 “박유하는 강제연행을 부정한다”는 식으로 비판중인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리고 그 비판들이 나를 감옥에 보내고 싶어하는 한, 나는 그 비판의 숫자만큼 대답해야 한다.
비판자들은 개인도 있지만 다수 혹은 집단으로, 조직적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나의 SNS까지 감시하며 즉각적으로 한일 양국어로 비판의 자료로 삼는다. 고발사태를 겪으면서 나는 스토커에게 감시당하는 기분이 어떤건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2년 전에 나온 이재승교수 글에 대한 반론을 써놓고도 아직 발표하지 않았을 만큼, 느리고 소극적이었다. “위안부 문제를 잘 모르고 있다””반론을 쓰지 않는 건 반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오늘의 기소가 당연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에게 책임이 있다면 이 사회의 양식을 너무 믿었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자기방어에 게을렀던.
어쨌든 이제 정신을 차렸다. 사골국과 김치와 찜질방 덕분이다. 일본에 가서 살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역시 여지없이 이런 것들을 사랑하니 좀 더 이곳에서 버텨 볼 생각이다. 고발사태를 겪으면서 서로 깊이 알게 된 사람들이 있어서 소중한 이 공간에서.
내 장점 중 하나는 상황이(상대가) 너무 심하면 씩씩해진다는 점이다.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237699806256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