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엔 오래된 지인들을 만나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대부분 한국문학자. 내가 아는 한, 한국인문학에서 학문적으로 열려 있고 앞선 이들은 역사학자가 아니라 국문학자들이다.
그들 중 한사람이 그랬다. “평상시 같으면 그런 소리는 안 할 사람들이 박선생 책에 대해선 이상하게 편협하고 적대적이더라구. 심지어는 고발당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박선생 책이 뭔가를 건드려서 그런 것 같은데 그게 뭘까..”
재판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이 각각의 의견을 말한다. 그 중에 와 닿았던 건 “법적책임은 분명 없다. 그러나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그 생각을 법적책임문제로 지우려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라는 말이다. 말이 안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을 바꿔 어떤 각오를 하게 된 건 그 때부터다.
꼭 그런 대화의 여파는 아니었지만, 오늘은 왠지 우울해서 예정했던 일을 접고 다른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우울할 땐 집중력이 필요한 일은 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회운동>이라는 일본잡지와 했던 인터뷰원고를 체크했고, 찌그러진 채로 놔 두었던 자동차를 수리했고, 번역상후보로 올라온 원고들을 읽었다. 최근 한국문학을 열심히 읽지 않았는데, 김미월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오늘의 수확. 네 편의 소설중 가장 흥미로웠다.
이제부터 설겆이를 하고 어질러진 집안을 정리하고 음악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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