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달 전부터. 하지만 해야 할 일들이 좀처럼 끝나지 않았고 멀리 떠날 기력도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제주. 마침 지인이 과수원 딸린 집을 빌려 준다고 해서 바로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저 책 읽고 음악 들으며 비우고 채우는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어제까진 그렇게 하지 못했다.해야 할 일들을 이제 대충 끝냈으니 오늘부터 진짜 휴식의 시간.
어제 제주(의 개)사진을 올렸더니 제주 사시는 페친이 연락을 주셨다. 나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이번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렌터카도 빌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페북에 글 올리는 한, 진정한 “혼자”는 아니겠지. 문득, 죽을 때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갈비뼈에 금이 간 김도언샘이 그 와중에 글을 올린 것처럼, 나도 아마 올리게 될 것 같으니까. 그 때 내 옆에 누가 있건 없건. 죽을 때 필요한 건 내면의 목소리일 터이니.
실제 만남이나 전화는 분명 친밀감을 더해 주지만, 페북에서의 대화는 목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는 만큼 “내면의 목소리”적인 부분이 있다. 술이 취해야 자기를 내보이는 실제 만남보다 때로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수많은 비난을 들은 곳도 페북이지만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으니 페북은 분명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될 것 같다.
아무튼 며칠 전에 의도치 않게 반감을 산 끝이기도 해서 이 곳에서의 자가유폐는 지금의 나에게 아주 적절한 것 같다. 그리고 보니 제주도는 유배지였던가.
하여 한 몇일 정치/사회 얘기는 쓰지 않을 생각. (답변 기다릴 김헌주 선생님, 미안합니다. 페북은 공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사적인 공간이 없으면 숨쉬기가 힘드니까요… )
누군가가, 며칠 전 내 글을 읽고 “가슴이 서늘”해졌다고 쓴 걸 봤다. 그 서늘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오늘은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날씨도 안성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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