渦中日記 2014/12/17–상념

영하10도라는 추운 아침, 다시 검찰에 왔다. 무심하게 파란 하늘을 보면서 문득 “부재”에 대해 생각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서 가까운 이들을 잃은 사람들은 오늘, 이 추위와 하늘이 얼마나 시릴까.

오전조사를 끝내고 밖에 나와 뜨거운 콩나물국밥을 먹고 카페에 들어왔다. 여기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조사 받으러 들어가야 한다. 오늘은 늦게까지 걸릴거라고 했다.
수사관이 고소장 내용을 하나씩 질문하면서 대답을 입력하는 방식이니 그럴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낸 세금이 낭비되는 또하나의 현장을 본다. “세금낭비 반대!”라고 1인시위라도 하면 코미디가 될까. 할머니가 한사람 더 추가되었다니 민사손배청구도 3억3천만이 되었을 터. 할머니들은, 일본한테 보상받는 것보다 나한테 보상받는 것이 더 쉽겠다고 생각하신 건지도 모르겠다. 다른 분들이 추가되지 않았다는 건, 나눔의집 이외의 지원단체는 이 사건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겠지.

아무튼 구두조사는 답변서 쓰는 것보다 어려웠다. 하나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책을 썼는데, 단순화된 고소인들의 질문은 나에게도 단순화를 요구하는 것이었기에.
빨강과 초록의 컵을 보니 문득, “노르웨이의 숲”이 생각난다. 두권의 표지를 각각 빨강/초록으로 하고 황금빛 띠지를 둘렀더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책. 눈으로 뒤덮인 숲에서 토나카이를 보고 싶어진다.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19088544784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