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저자글과인터뷰용

20세기는 아이덴티티 중에서도 ‘민족’ 아이덴티티만이 강조된 시대
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상황이 그때까지 이상의 대규모적 전쟁과 살육을 유발시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민족’ 아이덴티티의 강조는 그 속에 있는 성이나 계층의 대립을 은폐시킵니다. 그런데 이른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정신적·경제적 식민지화에 대한 저항의 언어로써 유용해 보이지만 동시에 또 다른 패권주의적 정치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는 ‘차이’를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차이 따위는 없다고 인식하는, 즉 아이덴티티는 다양한 것이지만 동시적일 뿐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대해 더욱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의 강조는 필연적으로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경계’를 만들어냅니다. 그러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경계’를 넘어서는 만남(세계시민으로써의 연대)은 언제까지나 불가능할 것입니다.

 – 박유하, 가라타니 고진과의 대담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