渦中日記 2014/9/17

어제는 고소당한지 3개월 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의 흐름을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게 되었으니, 소송사태도 이제 제게 “일상”이 된 듯 합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 주신 분들, 이 석달 동안 이런저런 형태로 함께 해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올립니다. 기력을 충전했으니, 이제 저도 필요할 때 그분들께 방패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압도적인 상황에 노출되면 알러지현상이 생깁니다. 전 유학때 애키우고 아르바이트하며 공부한 탓에 이후 스스로 “피로알러지”라 이름붙인 현상이 생겼습니다. 피로에 유달리 금방 반응하는 거지요.

소송직후에 한꺼번에 몰려온 공격에 노출되었던 탓에 다소 공격에 민감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공격알러지”같은 것. 그때문에 페친들께 때로 보였던 까칠하거나 거친 모습이 그대로 저자신이 되지 않도록, 부드럽게 감싸 주셨던 한마디 한마디들이 새삼 고마운 마음입니다.
누구나가 누구나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원래는 내일 있을 예정이었던 재판에 제출될 자료를 하나 올려 둡니다.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고진선생이라는 분이,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보내준 메시지입니다. 7월에 받았는데 8월도 넘기고 9월도 결국 넘겨버렸군요. 가을장마에 곰팡이 필 것 같아 빛 좋을 때 널어 말리는 심정으로 올립니다.

가라타니선생 말처럼, “사이”에 서서 한일양국을 봐 오려 했습니다. 소송사태는, 위태위태 걸어가던 가느다란 줄이 어느날 툭 끊겨 속절없이 굴러떨어진 격이지만, 이제 줄을 이어붙였으니,다시 걸어갈 생각입니다.
왜 굳이 줄타기를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생각을 말하고 행동하는 일 아니면 “나의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렇게 만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실 인생이란 어떤 의미에서건 그런 줄타기라는 생각도 합니다.

오늘, 하늘은 흐리지만 모두가 조금 덜 힘들게 느끼고, 살아있음을 행복하게 느끼고, 아무도 자살하는 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일: 20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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