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훈, 언론의 자극적 제목에 넘어가 화만 내고 싶은 사람들

 

김남훈

December 30, 2015 ·

오늘자 CBS 라디오 ‘박재홍의 오늘하루’. 한 해를 정리하는 10대 이슈 중의 하나로 나는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기소 논란을 뽑은 것이 사전 녹음을 통해 방송된다. 타이밍이 얄궂다.

이 책은 결코 일본 극우들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책이 아니다. 난 이 책을 다섯 번 읽었고 박 교수를 세 번 만났다. 수 백 페이지에 걸쳐서 수십차례 이상 일본군과 일본정부의 ‘책임’에 대해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위안부의 모집과정에는 각종 기만,폭력,허위,납치 등등이 동원 되었을 것이다. 소녀상으로 표현되는 피해자들처럼 말이다. 난 할머니들의 말을 믿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종류의 아픔을 갖고 계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 이미 나와 않는 사료등을 통해서 예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기술했을 뿐이다.

‘똥인진 된장인지 찍어먹어야 아냐고’ 내가 좋아하는 이재명 시장이 이 사건을 일축한 적이 있다. 이런 식의 단순화,이분법으로 수많은 진보 및 야권 인사들이 용공 누명을 쓰고 언론의 융단폭격 및 수사까지 받았던 일들은 모두 잊어버렸나보다.

박 교수의 주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토론, 논문 등등을 통해서 걸러내고 더 정교하게 서로 간의 주장에 대한 논거를 만들도록 해야하는게 맞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더 치열하고 강력한 합의 과정을 통해서 도출된 주장과 증거들로 일본을 압박하고 세계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 않았을까.

‘난 그런거 모릅니다! 그저 할머니들의 아픔에 같이 눈물 흘리고 화내고 싶을 뿐입니다!’ 라며 예전에 내가 썼던 포스팅에 댓글을 달고 날 페삭한 분들도 계셨다. 비분강개 좋다. 그런데 내용을 알아보지도 않고 언론의 자극적인 제목에 넘어가면 화만 내다가 그나마 ‘같은 편’에게 저주를 퍼부으면 어찌하겠는가.

이 부분을 조금만 파보면 위안부의 숫자 자체에서부터 시작해서 모집방법 심지어 ‘위안부’라는 용어 자체까지 수 십년 동안 한국 내부에서 통용되는 개념도 계속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들의 용기 어린 증언과 함께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이다. 그리고 그 작업은 더 지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기소를 통해 그 누구도 이 작업에 힘을 보태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데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불가역적이고 영구적인 ‘합의’를 덜컥 해버렸고 미국이 추인까지 해줬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