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식민성

나의 책을 혹 “일본의 우익이 환영”했다면, 그리고 그들이 내 책을 읽고 반성적인 입장을 취했다면 나는 그들의 환영을 거부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이런 식의 소개는 명백한 왜곡이자 거짓이다. 물론 한 사람의 성실한 서평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을 쓰기에 이르렀다는 건, 2년에 걸친, 정영환을 비롯한 비판자들의 왜곡작업이 충분히 성공했다는 것일 터이다. 내가 견디기 힘든 건, 비판이 아니라 왜곡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보여주는 비겁함이다.

이미 여러번 말하고 썼지만, 나에 대한 기소반대에 나선 이들은 대부분 진보지식인이고, 나에게 상을 수여한 곳도 산케이나 요미우리가 아닌 마이니치신문과 아사히 신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평가한 건 위안부문제를 식민지 지배책임으로 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든 나를 우익과 이어져 있는 사람으로 몰고 싶어한다.

문제는 그 자체보다, 오로지 일본의 누구와 이어져 있는지로 자기정당화를 하거나 누군가를 내치는 이런 심성이다. 이거야 말로 우리 안의 식민성이 아니고 무엇일까. 해방후 70년이 지나도록 일본과의 연관성으로만 자신을 파악하는 이들이나, 나와 가까운 건 진보쪽이라고 외쳐야 하는 나나, 서글픈 건 마찬가지다.

정영환을 비롯한 비판자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당신들은 내가 당한 전국민적 비난과 재판에 따른 고통만으로는 내가 겪는 일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그토록이나 집요한 증오를 드러내는 이유는, 당신들이 말하는 대로 “일본이 사죄하고 보상했다”고 썼기 때문인가. 나의 책이 오로지 그런 책인 것도 아니지만 설사 그렇다 한 들, 그건 형무소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인가.
그래서 기자회견까지 해서 나를 죄인으로 고발하려 하는가.

좌파든 우파든, 중요한 건 타자에 대한 상상력과 윤리적인 태도다.
짧았던 평화로운 시간이 끝나고, 이제 다시 총성이 들려 온다. 총을 겨누는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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