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동참 호소문

『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에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10월 27일 서울 고등법원 재판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교수에게 벌금 천만원의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한민국이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나라라고 믿어온 국내외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것은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1심 재판부는 약 일 년 동안 학술 토론장을 방불케 하는 재판을 무려 열 번 이상이나 거친 끝에,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 판결을 간단히 뒤집은 2심의 유죄 선고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제국의 위안부』 중 명예 훼손의 증거라고 검찰이 적시한 문구들은 모두 증거로서 유효하지 않으며, 저자에게 명예 훼손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위안부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공적 관심사인 만큼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의 옳고 그름의 판단은, 국가기관이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이 오가는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무죄로 판결했던 것입니다. 한국 사법부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그 무죄 판결은 2심에서 완전히 전도되었습니다.

유죄 판결의 근거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저자가 “허위 사실”을 적시했으며, 둘째, 명예 훼손의 “고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재판부에서 저자의 위안부 인식을 “허위”라고 보는 근거는 그것이 우리 사회와 국제 사회의 “올바른” 인식과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의”란, 저자가 위안부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효과가 있는 주장임을 스스로 알면서, 그러한 주장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학문적 저술을 대하는 태도로서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올바른” 인식과 “허위” 인식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은, 위안부 문제를 활발한 연구와 토론의 대상이 되지 못하게 만들고, 아울러 그것을 한-일 갈등의 원인으로 계속 남아 있게 하는 발상입니다. 또한 박 교수의 책이 명예 훼손의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은, 그 책의 여러 효과 가운데 하나, 그나마도 독자 쪽의 특수한 이해 관계 때문에 생기기 쉬운 효과를 과장한 것입니다. 우리는 2심 재판부가 보편적인 학문의 자유에 대한 관심보다는 특정한 의도를 지닌 학문 활동이나 독서 행위를 장려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찬반 여부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저자에 대한 2심 재판부의 판결이 우리 학계와 문화계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죄 선고를 통해 재판부가 시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앞으로 신변의 위해를 입지 않으려면 국내외의 주류 집단에서 “올바르다”고 인정하는 역사 인식만을 따라야 합니다. 학문의 자유를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조문은 듣기 좋은 수식일 뿐이고, 주류 집단의 이익이나 견해와 상치되는 모든 연구는 처벌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2심 재판부의 판결 앞에서, 군사 독재 정권과 함께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사상적 통제가 다시금 부활하는 듯한 느낌, 획일적인 역사 해석이 또다시 강제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은 한 둘이 아닐 것입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 박유하 교수의 앞 길은 험난합니다. ‘올바르다고 인정된 견해’와 다른,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한국인의 앞 길 또한 험난합니다. 박 교수가 처음 형사 기소되었을 때, 학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많은 분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는 탄원에 나섰으며, 1심의 무죄 판결로 그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2심의 시대착오적 유죄 판결은,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국가 및 사회 권력의 존재와 그 억압성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는 시민 의지의 표출이 다시 필요한 때입니다.

이에 우리는 박유하 교수의 소송을 지원하고, 이를 위한 모금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역사와 정치의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할지라도, 그 생각을 말할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모금을 시작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박 교수를 비롯한 한국의 학자와 문화인들이, ‘다른 의견을 말한다’는 이유로 범죄자의 사슬에 묶이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부디 많은 분들께서 관심 가져주시고 참여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라는 바입니다.

2017년 12월7일
『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 모임

동참인

강신표 (인제대 명예교수)
강운구 (사진가)
경순 (영화감독)
고영범 (극작가)
고종석 (작가 언어학자)
김경옥 (연극평론가)
김성희 (계원예술대 교수)
김영규 (인하대 명예교수)
김영용 (전 한국경제신문 사장)
김용균 (이화여대 교수)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김원우 (작가)
김택수 (도서출판 디 오리진 대표)
김철 (연세대 명예교수)
남기정 (서울대 교수)
라종일 (전 주영・주일대사)
박경수 (강릉원주대 교수)
박삼헌 (건국대 교수)
배수아 (작가)
서현석 (연세대 교수)
신형기 (연세대 교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유 준 (연세대 교수)
윤성호 (동서대 교수)
윤해동 (한양대 교수)
이강민 (한양대 교수)
이경훈 (연세대 교수)
이대근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순재 (세종대 교수)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이제하 (작가)
정종주 (도서출판 뿌리와 이파리 대표)
조관자 (서울대 교수)
조석주 (성균관대 교수)
조용래 (국민일보 편집인)
최규승 (시인)
최범 (디자인 평론가)
황영식 (한국일보 주필)
황종연 (동국대 교수)
황호찬 (세종대 교수)
김학성 (다벗합동법률사무소 대표)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
이성문 (법무법인 명도)
이동직 (법무법인 신원 대표)
이민석 (이민석 법률사무소 대표)
최명규 (최명규 법률사무소 대표)
허중혁 (허중혁 법률사무소 대표)
홍세욱 (법무법인 에치스 대표)
한정호 (충북대 교수)
50명

浅野豊美 Asano Toyomi (와세다대학)
天江喜七郎 Amae Kishichiro (전 외교관)
岩崎稔 Iawasaki Minoru (동경외국어대학)
池田香代子 Ikeda Kayoko (번역가)
上野千鶴子 Ueno Chizuko (동경대학 명예교수)
大江健三郎 Oe Kenzaburo (작가)
小倉紀蔵 Ogura Kizo (교토대학 교수)
尾山令仁 Oyama Reiji (목사)
加納実紀代 Kano Mikiyo (전 게이와가쿠엔대학 교수)
清眞人 Kiyoshi Mahito (전 긴키대학 교수)
金枓哲 Kim Doo-Chul (오카야마대학 교수)
熊木勉 Kumaki Tsutomu (텐리대학 교수)
古城佳子 Kojo Yoshiko (동경대학 교수)
小森陽一 Komori Yoichi (동경대학 교수)
佐藤時啓 Sato Tokihiro (동경예술대학・사진가)
篠崎美生子 Shiozaki Mioko (게이센여자대학 교수)
竹内栄美子 Takeuchi Emiko (메이지대학 교수)
東郷和彦 Togo Kazuhiko (교토산교대학 교수・전 외교관)
東郷克美 Togo Katsumi (와세다대학 명예교수)
成田龍一 Narita Ryuichi (일본여대 교수)
中川成美 Nakagawa Shigemi (리츠메이칸대학 교수)
中沢けい Nakazawa Kei (호세이대학・작가)
西成彦 Nishi Masahiko (리츠메이칸대학 교수)
西田勝 Nishida Masaru (문학평론가)
朴貞蘭 Park Jeongran (Oita Prefectural College of Arts and Culture)
朴晋暎 Area Park (Photographer)
深川由起子 Fukagawa Yukiko (와세다대학 교수)
藤井貞和 Fujii Sadakazu (동경대학 명예교수)
和田春樹 Wada haruki (동경대학 명예교수)
Gregory Clark (IUJ 명예교수)
四方田犬彦 Yomota Inuhiko (영화사, 비교문학연구자)
千田有紀 Senda Yuki (무사시대학 교수)
榎本隆司 Enomoto Takashi (와세다 대학 명예교수)
33명

Andrew Gordon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
Brett de Bary (미국 코넬대학 교수)
Bruce Cumings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
Chizuko Allen (미국 하와이대학 교수)
Daqing Yang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 교수)
Jin-Kyung Lee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 교수)
John Treat (미국 예일대학 명예교수)
Mark Selden (미국 코넬대학 교수)
Michael K. Bourdaghs (미국 시카고 대학 교수)
Miyong KIM (미국 텍사스대학 교수)
Noam Chomsky (미국 MIT대학 교수)
Sakai Naoki (미국 코넬대학 교수)
Sheldon Garon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
Tomi Suzuki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
Thomas Berger (미국 보스턴 대학 교수)
William W. Grimes (미국 보스턴대학 교수)
Sejin Park (호주 전 애들레이드 대학 교수)
Alexander Bukh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대학 교수)
Reiko Abe Auestad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
Amae Yoshihisa(대만 長榮대학 교수)
20명

총 10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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