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전 한겨레기자의 글

우리시대 선각자이자 그때문에 터무니없는 고초를 겪고 있는 박유하 교수님이 오늘 부로 세종대 정년퇴임을 맞이했다.

박 교수님의 문제작 ‘제국의 위안부’는 여러 시각으로 읽을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엔 최고 수준의 페미니즘 작품이다.

“분명한 것은 보수가 주어졌건 아니건 ‘위안부’란 남성에 의한 여성의 윤간이 국가에 의해 허용된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허용한 의식은 여성을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는 도구로 대할 수 있게 만드는 차별의식이었다. 특히 ‘조선인 위안부’는 그런 인식이 명확히 드러난 경우다.”(제국의 위안부 143쪽)

“말하자면 강간을 피하기 위해 위안소를 만들었다는 (일본) 군 상부의 의도는 군대의 숫자를 생각하면 처음부터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될 수 없는 시도였다. 그리고 실제로 여기서의 강간욕망은 그녀들이 고작 ‘조선삐’였기 때문에 생긴 욕망이었다. 말하자면 단순한 여성 경시 뿐만 아니라 민족경시가 그들에게 강간을 허용한 것이다.”(같은 책 147쪽)

책도 안읽어본 사람들이 맹목적인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없는 죄를 만들고 심판하려 들고, 재판회부 7년이 지나도록 박 교수의 정년이 지나도록 사법부는 비겁하게 재판을 끝내지도 않고 있다.

그녀의 작품을 뒤늦게라도 꼭 읽어보길 바란다. 특히 2030젊은 여성들은 위안부 문제를 ‘소녀상’이란 한가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국가폭력과 가부장제 사회의 맥락 속에서 바라본 박 교수의 접근법에 주목해 텍스트를 읽어보길 권한다.

후속작 ‘역사와 마주하기’ 한국판도 최근 출간됐다. 나도 오늘 주문했다.

텍스트의 문장 때문에 그 문장도 제대로 독해못한 자들에 의해 고소당하고 정당한 이유없이 7년이란 세월속에 재판을 방치한 야만의 세월은 끝나야 한다.(김도형, 전 한겨레기자. 2022/8/31,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