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그리고 [제국의 위안부, 지식인을 말하다]를 읽어보았습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비공식 문헌과 인터뷰를 참 잘 정리한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위안부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당하고 재판에 걸려있습니다. 1심에서는 무죄였으나, 2심에서는 34곳을 삭제하도록 판결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몇 년이 지나도록 그냥 질질 끌고 있는 듯합니다. 비겁한 일입니다.
저는 그 삭제 명령이 난 곳을 [책]과 [재판기록]을 대조해 가면서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34곳이나 삭제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그 어디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폄하]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가난에 팔려가고, 중간상인에 사기당하고, 포주에게 폭행당하고, 만주와 남태평양 땅에서 고생했을 그분들의 삶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이 불편해했던 이유는 아마도 다음의 3가지 정도였을 것입니다.
첫째로, 소녀들이 군인들에게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가 되었다는 그동안의 [인식]을 정면으로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조선인 중계업자와 포주에 의해 사기당해 끌려갔습니다. 그것을 인정하면 비난의 대상이 구체적인 일본 정부/군부가 아니라 제국/식민지/가난/인간의 추악함 등 일반적인 대상으로 전환됩니다. 일본정부/군부가 의도적/조직적으로 개입해서 강제로 끌어가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나 [위안부운동] 차원에서 본다면 난감했을 것입니다.
둘째로, 위안부들이 일본 군인과 일종의 정서적 [동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식민지 속에 살았던 조선 처녀들에게 있어서 비록 억울하고 참담했으나, 일본 군인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동지 의식]을 가졌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합니다.
위안부들에 대한 폭력은 주로 조선인 포주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일본 군인들은 그들을 위로하기도 했다는 것 또한 수많은 증언이 있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셋째는 위의 불편한 진실을 무시한 [정대협] 등 관련 운동단체에 대한 비판입니다.
애초부터 [위안부]와 [정신대]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역사적 지식이 부족했던 점. [위안부 운동단체] 그리고 [위안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는 점을 이들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박교수의 책은 누구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설명했을 뿐입니다.
단 하나의 주장(일본군부에 의해 강제 연행된 소녀 위안부)만이 진실이며 나머지는 [일본 우익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악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
그것은 무척이나 오만한 일이며, 당시를 살았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다양한 삶과 기억에 대한 폭력입니다.
박유하 교수의 주장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박교수는 문학평론가와 번역가로서 레알 A급입니다. 과거의 역사를 응시하는 지식인으로서도 그렇습니다.
탄탄한 학문적 기반을 가진 일문학자가, 자신의 양심을 걸고 쓴 책을, [형사] 고발하고, 재판하고, 언론과 SNS를 통해 마녀사냥했던 우리의 ‘반지성주의’는 무척이나 창피한 일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근대 문명사회의 기본가치입니다. 그것이 인류 진보의 동력이기도 하죠. 제가 좋아하는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의 핵심입니다.
새삼 용기 내어 책을 쓰고 당시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 박유하 선배에게 감사드립니다.(2023/8/2) https://www.facebook.com/100081046535428/posts/pfbid02urfCsAtzk17oAyZzbMU3Yp6AdwTS7gkht8JLjM53hTiCe11sBAXhRdphFx6WbKQel/?mibextid=K8Wf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