渦中日記 2015/2/25

한 언론의 기자가 기사를 쓰겠다면서 질문을 했다. 일본특파원이라 일본사정에 대해서도 위안부문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정치가나 일반인들과는 질문의 차원이 달라 성의껏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내가 위안부문제해결과 한일화해를 위해 쓴 건지 혹은 일본에 “법적책임이 없다”는 걸 주장하고 싶었던건지 알고 싶어했다. 나로서는 서글퍼지는 대답이었지만 말했다.
“결론부터 정하고 덤비지는 않습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요. ”
한가지 덧붙이자면, 나는 뭔가 다른 의도를 담아 글을 쓰는 식으로 머리굴리는 부류의 사람을 싫어하고, 누군가의 지시에 쉽게 따를만큼 순종적이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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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논리적으로 정합적이지 않다. “보상”의 의미는?

이 책은 여러 “다른”오디엔스(독자/청중)를 대상으로 한 책이에요. 책에도 썼지만 원래는 일본을 향한 글만 쓰여질 예정이었구요. 일본이라 해도 지원자/정부/부정자,이렇게 세 부류입니다.
앞에서 하던 얘기와 뒤에서 한 얘기가 다르다,고 느껴지는 건 그 결과입니다. 예를 들면 한일협정에 관해서도 한국을 향해선 “한국정부가 개인의 청구권을 없애 버렸으니 그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했으면서 일본을 향해선 “당신들은 보상 끝났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쟁관련 보상이었고 식민지배에 따른 억압과 고통에 대해선 보상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모순으로 느껴질 수 있고 어느쪽이 진짜냐! 라고 묻고 싶어지겠지만 이런 식의 논리전개가 된 건 결국 대립하는 문제의 해결방법은 각자 자신의 문제를 보는, 자기비판적인 시각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커다란 틀에서 누가 잘못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썼습니다. 일본의 지배가 문제이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정대협등 지원단체는 보상과 배상의 의미를 구별해서 쓰고 있어요. 위안부문제는 “법을 어긴 국가범죄이니 입법을 해서 배상하라”라는 의미에서 “배상”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학자들이 말하는 건
더이상 “강제연행”이 아닙니다. 오히려 식민지에선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저에 대한 고발장에서조차 쓰고 있더군요.
“약취,사기”로 업자들이 데려 왔다 해도 알고도 받아들였으면 범죄이고 일본군이 알고도 받아들였을 거라고 말하고 있는데 실은 알게 된 경우 업자에게 다른 곳에 취직하게 하도록 시키거나 돌려보낸 경우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이전에 계약서를 확인해 업자의 사기나 납치를 방지하려 했구요. 그러니 전부가 그렇게 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일본의 공식방침은 위의 주장과는 다르다고 해야 하구요. 알면서 묵인한 경우도 없지 않았겠지만 그 경우 업자가 이미 돈을 주고 사 왔다던가 하는, 일본군으로서도 관리영역 바깥의 경우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전 그래서 수요를 만든 자체–전쟁을 일으키고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식민지로 만든 지역의 사람들까지 전쟁터에 동원한 책임, (의도여부를 떠나) 묵인한 책임을 물은 겁니다. 위안소를 공식적으로 만든건 근대일본이 시스템화에 능숙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그리고 모두 획일적인 위안소가 아니었다는 것도 인식해야 하고요. 일본에서 강연할 때 유곽에 있었던 사람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기에, 유곽을 군대용 위안소로 지정한 곳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지정업소가 아닌 곳에 있었던 사람(여기에도 비지정이지만 인가업소-유곽의 위생시설등 체크했던 업소와 인가조차 못받았던 이른바 사창도 있었다는 걸 “우리는”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대화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가장 강력한 피해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다른 부분을 소거시키고 싶은 욕망에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 그걸 지적했던 거구요.
“보상”이라는 단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한국어판을 쓸 땐 기금과는 달리 “정부국고금”으로, 기금을 받지 못한 분들께 추가 보상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 그런 의미입니다. 국회를 거치지 않는 정부보상금이지요. 다만, 이후 국회결의를 하는 게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고, 일본어판에선 그렇게 썼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다시 기회되면 말씀드리지요.

2. 와다교수의 의견(국고금으로 보상금지급)과 같나?

한국어판 내고 나서 다른 자료들을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와다선생님과 달리 국회결의를 주장하는 겁니다. 오히려 보상금을 어떻게 할 건지는 더 첨예하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장(국민동원의 한 형태다)이 받아들여진다면 입법이나 국고금 지급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강제동원을 했으니 배상하라”는 현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또 일본한테 보상금을 대신 받은 한국정부가, 할머니들에게 4천만원 이상 지급했고 매달 이런저런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할머니의 체험은 다 다른데 해결은 “하나의 방안”으로 정해야 하는 정치/국가 문제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할머니들의 다른 목소리에 각각 귀를 기울이면서도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인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3. 현실적 타협론인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본적으로는 아닙니다. 합리적이고 옳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명분에 무게가 실려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백년이 걸리더라도” 라는 말로 주장을 관철하는 건 첫째 당사자를 무시(얼마전에 만난 할머니는 사죄조차 요구하지 않고 보상만 해 주면 된다고 해서 오히려 제가 당혹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하는 일이고, 할머니의 의견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도 인식될 필요가 있습니다. 들리지 않을 뿐이지요. 부산정대협회장님을 만나 보세요. 지방에 계셔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 문제 해결에 사비털어가며 20년이상 애써 오신 분인데 그분 말씀이 “나도 내 돈 내가며 신문광고를 통해 기금을 반대했다. 하지만 할머니들 돌아가시는 거 보면서 받게 할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우리 여성지도자들(이 분은 이화전문여고출신의 할머님)이 못 받게 했다”고 하시더군요.

4. 제가 받는 인신공격적 비난이 안타깝다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한 심층취재와 인터뷰가 필요합니다. 외부의 비난과 우려 속에 있는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를 외부가 아니라 우리스스로 들여다보고 아프더라도 직시하는 일로 치유해나가기 위해서도요. 저는 제 사태를, 2009년의 서경식교수의 한겨레 칼럼이후에 저에 대한 오해가 확산되면서 5년후에 지원단체에 의한,아마도 쌍방이 의식못할 “대리고발”을 당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오해의 종류도 다양하고 지식의 폭도 달라서 더 어려운데, 정치나 개인적인 이익에 이용하는 사람들, 단순오해로 비난하는 이들에게 동조하는 지식인들의 행태가 가장 한탄스럽군요. 저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을 위해서.
언론에 대해서도 깊이 실망해 왔지만 그래도 제대로 보려하는 분들이 계신 걸 잘 압니다. 기대를 놓지 않겠습니다. 건필하시길 빕니다.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68639513162962

정승원,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 읽기 2

정승원
2015년 2월 22일 ·

‘제국의 위안부’ 읽기 2
– 서로 다른 일본에 대한 인식

‘제국의 위안부’ 책 내용은 지금까지와 다른 일본에 대한 인식에 기반하여 쓰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일본에 대한 인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일본을 긍정하는 일부 내용을 가지고 교묘하게 일본제국주의 침략을 긍정하는 사람이니 일본의 대동아공영론에 사실상 동조하는 내용이라고, 일본의 우익에 교묘하게 동조하는 사상이라고 봅니다. 뉴라이트 사상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의도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 우리는 주로 식민지 시기의 일본 이미지를 머리 속에 떠올립니다. 그것은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지난 해방이후 70년동안 일본이 변해온 모습에 대해 눈을 사실상 감아왔습니다. (참고로 일본의 세계적인 이미지는 굉장히 좋습니다. 우리와 달리, 세계인들은 평화적인 국가로 인식합니다.)

2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지원활동, 그리고 일본식민주의를 청산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상만을 주입받았고, 여기에 반대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일본을 이롭게 해주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3. 우리는 위안부 지원 단체에 대해 맹신합니다. 하지만, 박교수가 책에서 여러 사례들을 들었듯이, 위안부 지원 단체의 한계와 문제점들은 공론화되지 못했을 뿐,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의 위안부 단체를 비판하면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4. 기존의 좌우, 보수와 진보 대립 구도하에서 양자 어느 쪽에 속하지 않는, 속해보이자 않는 학문은 낙인을 찍습니다. ‘뉴라이트’니! 박유하 교수의 책은 좌우 틀을 모두 벗어나
있습니다. 그래서 오해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67053156654931

박일환,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나의 이해 #3

박일환
2015년 2월 22일

<잠시 쉬어가며>

다른 이의 담벼락에서 논전이 이어지는 걸 보고 있는 중에, 박유하 교수가 일본에게 사죄를 요구한 증거를 보여 달라고 하는 이가 있었다. 그래서 아래 글을 타이핑해서 댓글로 달았다.(비판자들은 박유하 교수의 책에 있는 이런 구절들은 왜 모르는 척하는 걸까? 차라리 책 전체를 타이핑해서 연재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에 앞서 ‘제국’ 구축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위안부를 필요시했던 나라로서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제국’의 욕망과 지배를 다른 제국 국가에 앞서서 반성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미 영국과 이탈리아가 그런 사죄를 한 적이 있지만, 서양의 제국주의를 의식하며 제국주의로 향하게 된 일본의 사죄는 아시아의 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것이 가능해질 때, ‘전후 일본’은 비로소 ‘제국후 일본’(포스트 제국 일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일본 정부의 ‘기금’ 안이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사죄나 보상의 형태를 정하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배제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지원단체와 ‘위안부’를 참여시켜 협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원단체나 위안부들도 이제까지의 대표적인 주장 이외의 의견을 가진 이들 또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와 당사자 간의 협의를 위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양국의 관계자/지식인들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위안부 문제’란 당사자와 운동가들만의 판단으로는 합의에 도달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20년 동안의 세월이 그것을 증명한다.

만약 해결안에 대한 합의에 도달해서 새로운 ‘사죄와 보상’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세계를 향해 일본의 생각을 밝히는 공식적인 형태를 취하는 편이 좋다.

그때 일본은, ‘조선인 위안부’ 문제가 ‘위안부’라는 존재를 통해 드러난 ‘식민지배’ 문제임을 말하고,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에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가 포함되지 않았기에 그런 한일협정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한일기본조약 자체를 흔드는 어려운 사태를 감수하지 않고도 한국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때는, 조선을 식민지로 삼고 지배하는 기간에 희생당했던 수많은 사람들 – 3·1 독립만세운동, 간토 대지진, 병사로 동원되어 참가한 전쟁, 고문 등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 – 에 대한 진심을 그 ‘사죄’ 속에 담아야 한다.” (271~272쪽)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67059513320962

정승원,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읽기 1

정승원
2015년 2월 21일 ·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 읽기 1
– 책을 읽는 몇 가지 방법

제가 오늘 페북에서 몇 차례 논쟁과 질문을 주고 받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기본적인 구조만 알면 논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음의 프레임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1. 이 책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고 있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여진 것입니다,

→ 위안부를 모욕하는 책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어느 용감한 교수가 위안부 부정이 담긴 책을 쓸 수 있겠습니까? 미치지 않고.

2. 위안부를 부정하거나, ‘자발적 매춘’만을 강조하고 책임을 방기하는 일본 우익의 논리가 아닙니. 당시 드러난 위안부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아냈지만, 일본의 구조적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 고로, ‘친일파’가 아닙니다. 친일파 교수라고 생각하고, 온갖 추측성 말을 그만 뱉어내시기
바랍니다.

3. 이 책은 제국/국가의 치하에서 억압받은 여성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 입니다. 식민지 치하의 위안부, 기지촌의 양공주 등으로 이어지면서, 지금도 제국의 체제 하 에서 계속되는 여성의 억압을 다루고 있습니다.

→ 피해자인 여성을 모욕하는 책이 아니라,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페미니즘적인 책입니다. “나는 <제국의 위안부> 읽고 너무 좋았다. 일제 해방 이후 어느 누가 이토록 여성을 대상화하지 않고 위안부에 대해 기록하는 서술을 내놓았었단 말인가.”(어느 페미니스트)

4. 이 책에 나오는 정보는 ‘위안부’나 ‘위안부 운동’에 대해 언론 수준의 정보만 들어온 한국사람에게 굉장히 낳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정보와 다르다고 반발하지 마시고, 차분히 읽어보십시오. 그래서 우리가 몰랐던 사실이 많습니다. 그런 다음에 기존의
정보와 함께 검토해보면 됩니다.

5. 박유하 교수는 본인 스스로 밝힌 대로 뉴라이트가 아닙니다. 본인이 판단하기에 신빙성 있다고 생각하는 자료를 학자의 이념 성향에 관계없이 인용합니다. 이영훈 교수 인용했다고 해서 뉴라이트가 아닙니다.

6.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보상’문제는 위안부 문제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주류 지원단체(과 학자들)를 통한 하나의 목소리만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박유하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약간 다릅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지원단체에서 반대해온 ‘국민기금’에 대해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것은 일본의 진보파 일부(와다 하루키,
우에노 지즈코) 도 국민기금에 찬성합니다.)

– 지금까지와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고, 뉴라이트, 친일로 몰아가서는 안됩니다. 이런 해법은 토론이나 논쟁의 대상입니다.

7. 많은 사람이 화해라는 단어를 오해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죄를 받지 않고, 무조건 용서해준다는 것이 아닙니다. ‘박유하식 화해’를 꼼꼼히 살펴보십시오. 그리고 비판하십시오.

8. 위안부 문제의 전체적인 상이나 연구 결과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하는 분이 있습니다.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위안부 연구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입니다. 위안부 숫자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분명, ‘제국의 위안부’가 기존의 위안부 연구보다 더 나아간 것은 확실합니다. ‘제국의 위안부’는 그런 연구의 한 지점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교수 한명이 위안부 문제를 모두 담아낼 수 없습니다. 이 책은 논의의 시작점입니다.

9. 탈민족, 탈국가의 이미지로 ‘제국의 위안부’를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전작 ‘화 해를 위해서’는 탈민족, 탈국가의 관점에서 한일 양국 시민들의 협력을 통한 한일의 화해를 이야기했습니다. ‘제국의 위안부’는 그 색채가 약간 다릅니다. 책임을 묻기 위해서 국가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난’이라는 계급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탈민족’의 색채는 엷습니다.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 가지고 와서, 이야기하는데, 헛다리 짚은 것입니다.

10. 이 책은 다차원적으로 읽힙니다. ‘탈민족주의적인 젠더’의 관점으로, ‘좌파의 역사관’으로, 탈민족주의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 교수는 동의하지 않을 실지 몰라도, 위안부 문제 해결 방식이 사민주의적이라고 봅니다. 기존의 좌우파 논리를 벗어나 있습니다. 제3의 길 같습니다. 저의 페친 최병천 샘과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특정한 이념으로 규정짓지 말고, 각자 자유롭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67052076655039

박일환,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나의 이해 #2

박일환
2015년 2월 21일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나의 이해 2>

두 번째 글입니다. 다른 사람 담벼락에서 짧게 논쟁을 이어가다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아예 제 담벼락에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쓰려고 했던 내용과 다른 내용을 먼저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다른 비판들은 대부분 근거가 부족하거나 허위에 의한 비방이라고 보이는데, 이 부분만큼은 충분히 논쟁이 될 만한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법에 대해서는 충분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상식만 가지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발은, 박유하 교수가 일본국가의 책임을 부정한다고 말씀하기에 그건 사실과 다르며 분명히 책임을 묻고 있다고 했더니, 박유하 교수는 일본국가의 ‘강제성’ 부분을 부정한다면서 저에게 법원의 가처분 결정문과 고노담화를 읽어보라고 하더군요. (쟁점은 일본의 책임을 어디까지 묻느냐는 것이겠지요.)

핵심은 조선인 위안부의 강제연행 여부인데요. ‘강제성’과 ‘강제연행’은 분명 다르지요. 박유하 교수는 위안부에 대해 일본 국가가 기획하고 관리(주체적으로 관여) 했으며, 위안소에서 비참한 생활을 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 군인의 직접 강제 연행은 드물며 예외적 일탈 정도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구체적 사례가 드물다는 거지요. 이에 대해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일본도 고노담화를 통해 ‘강제성’을 인정했는데, 오히려 박유하 교수가 그런 부분을 사상함으로써 법적 배상을 어렵게 한다는게, 제가 이해하는 비판자들의 주된 요지입니다. 우선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노담화에서 해당되는 부분을 살펴볼까요?

“위안부의 모집에 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를 맡았으나, 그 경우에도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이 있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하였다는 것이 명확하게 되었다. 또한,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태하에서의 참혹한 것이었다.” (한국위키피디아의 번역문)

자세히 읽어보면 표현이 모호합니다.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를 맡았으나’라는 부분은 직접 연행을 하지는 않았다는 의미가 강한데, 뒤에 나오는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하였다’라는 부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관헌은 아마도 총독부의 말단 관리(관헌이라고 했으니 군인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일 겁니다. ‘가담’이 ‘감언, 강압’인지 강제연행인지 해석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문맥상으로는 ‘감언, 강압’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문장의 출발과 중간 내용이 ‘모집’에 대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박유하 교수는 모집 과정에서 있었던 ‘감언, 강압’을 부정하지 않으며, 다만 직접 강제연행은 사례가 드물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해석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물론 강제연행이 없었어도 ‘감언, 강압’만으로도 충분히 범죄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박유하 교수도 일본국가의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요.(지원단체는 보상이 아닌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이의 담벼락 논쟁에서 상대방에게 직접 강제연행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쉽게 풀릴 문제라고 했습니다(최소한 의미있는 정도의 수치가 나와야겠지요). 그에 대해 돌아온 답이 고노담화를 보라는 것이었고, 살펴본 것처럼 고노담화의 내용은 모호합니다.

현재 일본 우익은 고노담화를 부정 내지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위안부 지원단체는 고노담화로는 부족하며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국가범죄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죄문제에 있어서는 고노담화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이른바 종군위안부로서 허다한 고통을 경험당하고, 심신에 걸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

제가 보기에 진심은 어떤지 몰라도 문구상으로는 사과의 내용을 충분히 담고 있습니다. 이후에 후속조치로서 보상 혹은 배상의 문제에 있어 ‘아시아여성기금’ 문제가 불거지는데, 여기서 정대협 등 위안부 지원단체는 일본의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이 문제는 복잡해서 따로 다루어야 합니다)

정리를 해야 할 듯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부분을 어떻게 보느냐는 충분히 논쟁이 될 수 있으며, 이 문제에 국한해서 문제가 불거졌으면 전문가도 아니고 특별히 아는 것도 없는 제가 나설 이유도 없었습니다. 학자들끼리 논쟁을 하면 되니까요. 언뜻 보기에 강압이나 강제연행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 차이가 작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줄곧 문제가 되고 있는 거지요. 일본은 고노담화에서 많은 것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우익의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고노담화에서 더 나아가게 하려면 강제연행 부분을 더 명확하게 밝혀내는 수밖에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박유하 교수는 본인이 파악한 자료에서 그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고요. 말로 떠드는 건 상대를 설득시키지 못합니다. 구체적 자료에 근거한 치밀한 논리가 필요한 법입니다.

제대로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작성일: 2015.02.23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67051649988415

박일환,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나의 이해 #1

박일환
2015년 2월 21일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나의 이해 1>

책을 안 읽은 분들이 많고, 구하기 어려워서 내용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계시므로 제가 이해한 대로 몇 차례 서술하고자 합니다. 물론 저 역시 오독의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며,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위안부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갈까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위안부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상은, 어린 소녀들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서 하루에 수십 명씩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능욕당한 민족의 수난자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박유하 교수는 대체로 이렇게 말합니다.

위안부로 끌려간 사람들은 10대도 있지만 주로 20~25세 정도의 여성들입니다. 일본군이 강제로 끌고간 사람도 있지만 그건 소수이며, 다수는 민간의 업자나 관청의 말단관료들이 감언이설로 속여서 데려간 경우이고, 나아가 위안부의 성격을 알고 간 사람도 있고, 실제로 매춘에 종사하다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간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듯 위안부를 구성하고 있는 여성들은 층위가 매우 다양하며 하나의 이미지로 획일화해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박유하 교수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러한 팩트마저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에 대한 해석의 문제입니다. 우선 민간업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면서 일본이라는 국가의 책임을 면해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유하 교수는 그런 민간업자들을 만들어낸 일본 국가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조선인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가 된 것이 ‘식민지’에 대한 일본 제국 권력의 결과인 이상 일본에 그 고통의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들을 직접 ‘동원’한 것이 업자들이었다고 해도, 또 그들이 ‘가라유키상’처럼 유괴되거나 자발적으로 팔려갔다고 해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또한 위안소를 기획하고 관리한 주체가 일본임도 분명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군이 성병 검사를 실시했다는 사실도, 일본군이 상품과 그것이 유통되는 시스템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관리자로 돌아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식의 일방적 권력의 존재는 군이 시스템을 ‘관리’한 관리자라는 사실, 다시 말해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주체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자신들의 손은 더럽히지 않고(온건통치를 유지하면서) 식민지인들에게 불법행위를 전담시켜 그들을 동족에 대한 가해자로 만들었다.”

다음은 ‘자발성’과 ‘매춘’이라는 말에 대해 살펴볼까요? 혹자는 박유하 교수가 조선인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표현했다고 하는, 오도된 이야기를 사실처럼 퍼뜨리기도 합니다. 위안부들은 일본 군인들에게 관계의 대가로 분명히 돈을 받았습니다. 이 역시 팩트이며, 이 점을 가지고 일본 우익들은 위안부를 돈을 벌기위한 자발적인 매춘부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박유하 교수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그런 ‘추업’에 그녀들이 ‘자발적’으로 향했다면 무엇이 그런 표면적인 ‘자발성’을 이끌어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남성이고 군대이고 국가였다. 그리고 ‘일본제국’이었다. 다시 말해 ‘위안부’란 어디까지나 국가와 남성, 그리고 격리된 남성 집단을 만드는 전쟁이 필요로 했기 때문에 생긴 존재다. 위안부의 자발성이란, 본인이 의식하지 않는다 해도, 국가와 남성과 가부장제의 차별(선별)이 만든 자발성일 뿐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폭탄이 터지는 최전방에서도 폭력에 시달리며 병사들의 욕구를 들어주어야 했다.”

박유하 교수가 <제국의 위안부> 를 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대표적인 이유는 우리가 ‘일본군에게 순결을 짓밟힌 어린 소녀’, ‘일본에게 범죄를 추궁하며 싸우는 투사 할머니’ 정도로 알고 있는 위안부 상에 대한 단일한 이미지를 벗겨내야만(그것이 매우 고통스러운 일일지라도), 역사적 사실과 진실에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하나이고, 다음으로는 지금도 일본의 국가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 우익들에게 근거를 들이대며 당신들 국가의 잘못이라는 것을 일러주기 위함입니다.

자꾸만 길어지네요. 이만하고, 다른 이야기는 이어서…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67051543321759

渦中日記 2015/2/17

8개월만에, 판매금지에 관한 가처분결정이 나왔다.
원고측의 두가지 신청중 출판판매금지는 원고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위안부할머니 접근금지신청은 기각되었다.
이렇게 나의 책은 오늘、”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따라서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여” 본안이 이루어지기 전에 판매금지되게 되었다.

이시점에서 분명히 해 두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재판의 원고는 나눔의 집에 계시는 할머니 아홉분 뿐이다.

그 중 다섯 분의 할머니의 진술이 결정문에 있었다. 그런데 속아서 가거나 한 경우를 인용하면서도, 결정문은 전부 “일본군의 강제연행”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이런 식의, 너무나 거친 오류를 범하고 만 것은, 아마도 , “강제연행”이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자리잡아온 결과일 것이다. 책에 없는, 원고측이 멋대로 요약한 얘기를 내가 쓴 것처럼 정리해 둔 이 글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명예훼손이 될 수 없고 해결을 위한 방안제시”임을 인정한 부분도 있었다. 사실 그래서 이 결정문이 아직 명료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결론
2014년6월, 100여곳을 허위라며 고발했다가 10월에 53곳으로 줄였던 원고측 삭제요구는 재판부에 의해 34곳으로 줄었다. 삭제하면 출판해도 좋다고 하지만, 물론 나는 단 한곳도 삭제 생각이 없다. 조금씩, 이들의 요구에 어떻게 답변했었는지 자료를 올릴 생각이다. 결정문에도 있는 것처럼, <시민사회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건전하게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63957406964506

渦中日記 2015/2/10

어제 저녁엔 오래된 지인들을 만나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대부분 한국문학자. 내가 아는 한, 한국인문학에서 학문적으로 열려 있고 앞선 이들은 역사학자가 아니라 국문학자들이다.
그들 중 한사람이 그랬다. “평상시 같으면 그런 소리는 안 할 사람들이 박선생 책에 대해선 이상하게 편협하고 적대적이더라구. 심지어는 고발당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박선생 책이 뭔가를 건드려서 그런 것 같은데 그게 뭘까..”

재판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이 각각의 의견을 말한다. 그 중에 와 닿았던 건 “법적책임은 분명 없다. 그러나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그 생각을 법적책임문제로 지우려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라는 말이다. 말이 안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을 바꿔 어떤 각오를 하게 된 건 그 때부터다.

꼭 그런 대화의 여파는 아니었지만, 오늘은 왠지 우울해서 예정했던 일을 접고 다른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우울할 땐 집중력이 필요한 일은 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회운동>이라는 일본잡지와 했던 인터뷰원고를 체크했고, 찌그러진 채로 놔 두었던 자동차를 수리했고, 번역상후보로 올라온 원고들을 읽었다. 최근 한국문학을 열심히 읽지 않았는데, 김미월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오늘의 수확. 네 편의 소설중 가장 흥미로웠다.

이제부터 설겆이를 하고 어질러진 집안을 정리하고 음악을 들어야겠다.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59823527377894

渦中日記 2015/1/26

고발직후부터,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소송을 부당하다고 생각하시고, 저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 주셨던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이제 판매금지가처분판결을 앞두고, 이 책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운동을 시작합니다. 함께 해 주시고, 많이 공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게는 판결이 나오는 날 이상으로, 오늘이 의미깊은 날이 될 것 같습니다.

https://www.facebook.com/radicalthird/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50311181662462

渦中日記 2015/1/21

비교문학자 니시마사히코 (西成彦)선생이, 2월에 교토에 있는 리츠메이칸대학에서 내 책을 대상으로 심포지엄을 연다. 마침 어제 일본신문에 다른 책과 함께 책에 대해 다루어준 우에노치즈코 선생도 토론자로 나서 주기로. 나리타류이치선생(成田龍一)이나 이와사키미노루선생(岩崎稔)등, 가까운 지인학자들도 동경에서 일부러 와 준다고 하니 깊은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전체 테마는 <한일경계를 넘어서–제국을 대하는 방식>. 최근에 <제국의 어둠>이라는 책을 낸 김항선생의 책도 같은 테마로 묶어 논의한다고 한다.

우에노선생은 9년 전에 쓴 책<화해를 위해서>일본판해설을 써 주었던 분이다. 그 때는 내 책이 <뜨거운 불 속의 밤을 줍는 행위>(일본어로는 이렇게 표현한다. 직역)이라 했는데, 이번엔 <불 속에 직접 뛰어 들었다>고 표현했다. 고발당한 건 그 결과일 수 있겠지만, 나로선 고발이후 비로소 나를 덮쳐오는 <뜨거운 불>을 만났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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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裕河さんの『帝国の慰安婦』日本語版(朝日新聞出版)が刊行されて3か月余りがたち、多くの読者がこの本を手に取り、さまざまな反応を見せ始めている。
戦後70年の年にもあたる今年、私たちは「帝国日本」への向き合いを新たな形で求められており、その点では、東アジアの私たちすべてが、この課題の前で平等だ。
「慰安婦問題」ひとつをとってみても、それは「帝国日本」が招き寄せた問題であった。日韓で平行線をたどっているかに見えるこの問題に対して「共通の視点」をさぐりあてるための意見交換の場としたい。

立命館大学・公開ワークショップ
《日韓の境界を越えて~帝国日本への対し方~》
2015年2月22日(日)14:00-17:30
〈「帝国の慰安婦」という問いの射程〉
場所:朱雀キャンパス2階203教室
司会:西成彦(立命館大学)
パネラー:朴裕河(世宗大学校)、平井和子(一橋大学)、森岡正博(大阪府立大学)、上野千鶴子(立命館大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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なお、同企画は、下記企画と対をなすものであり、合わせて皆様の来場・参加をお待ちしている。
《日韓の境界を越えて~帝国日本への対し方~》第1回「帝国の擬人法」
2015年2月12日(木)15:00-17:30
場所:衣笠キャンパス末川記念会館第3会議室
司会:西成彦(立命館大学)
パネラー:金杭(延世大学校)、 沈煕燦(立命館大学専門研究員)、原佑介(日本学術振興会特別研究員)

본문: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046280138732233&set=a.578003518893233.146371.100000507702504&type=3

渦中日記 2014/12/30

<제국의 위안부> 일본어판을 11월초에 출간했었다. 두 달이 안되는 사이, 예상 이상으로 주목해 주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
일본인 페친들이 태그해 주거나 내가 올린 적도 있지만 오늘 마침 아사히신문의 <2014년 논단회고>에서 다시 다루어져서, 정리겸 이 두 달 사이에 나온 서평/인터뷰를 같이 올려 둔다.

이 중 두개를 한국일보가 번역소개해 주어 많이 고마웠다. 금년의 베스트3에 올려 준 이가 두사람이나 있는 것도 예상밖의 일. 아무튼 나의 문제제기를— <전후70년>이 아니라 <제국후 70년>이라는 발상이 필요하다는–일본인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 준 것 같아 기쁘다.

가처분심리용최종답변서에도 썼지만 한 학자는 위안부문제에 대한 <문제제기에 일본이 어떻게 대답해 나갈것인지의 물음이 일존을 향하고 있다>고 했고, 한 논설위원은 <만약 일본이 `위안부 문제는 어디에나 다 있었다`라고 주장하지 않고 제국주의적 팽창을 넘어서는 사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세계사적 의의는 크지 않은가?>라고 나의 말을 정리하면서 <반대할 이유가 나로서는 생각나지 않는다>라고 응답해 주었다.

한국어판의 수난때문에 우울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래도 역시 금년은 괜찮은 해였다고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이 호응이 내년에는 좀 더 구체화 되어 문제해결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28422677184646

渦中日記 2014/12/17–상념

영하10도라는 추운 아침, 다시 검찰에 왔다. 무심하게 파란 하늘을 보면서 문득 “부재”에 대해 생각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서 가까운 이들을 잃은 사람들은 오늘, 이 추위와 하늘이 얼마나 시릴까.

오전조사를 끝내고 밖에 나와 뜨거운 콩나물국밥을 먹고 카페에 들어왔다. 여기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조사 받으러 들어가야 한다. 오늘은 늦게까지 걸릴거라고 했다.
수사관이 고소장 내용을 하나씩 질문하면서 대답을 입력하는 방식이니 그럴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낸 세금이 낭비되는 또하나의 현장을 본다. “세금낭비 반대!”라고 1인시위라도 하면 코미디가 될까. 할머니가 한사람 더 추가되었다니 민사손배청구도 3억3천만이 되었을 터. 할머니들은, 일본한테 보상받는 것보다 나한테 보상받는 것이 더 쉽겠다고 생각하신 건지도 모르겠다. 다른 분들이 추가되지 않았다는 건, 나눔의집 이외의 지원단체는 이 사건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겠지.

아무튼 구두조사는 답변서 쓰는 것보다 어려웠다. 하나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책을 썼는데, 단순화된 고소인들의 질문은 나에게도 단순화를 요구하는 것이었기에.
빨강과 초록의 컵을 보니 문득, “노르웨이의 숲”이 생각난다. 두권의 표지를 각각 빨강/초록으로 하고 황금빛 띠지를 둘렀더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책. 눈으로 뒤덮인 숲에서 토나카이를 보고 싶어진다.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19088544784726

渦中日記 2014/12/16

<노골적불평>을 포스팅하는 건 위로받고 싶어서인 게 내가 봐도 뻔하다. 그런데 실제로 위로를 받으면 많이 민망하다. “나 힘들어요!”를 한정된 관계가 아닌 만천하를 향해 외치는 일이란 옷벗고 거리에 나선 거나 마찬가지일 터. 페북에는 수많은 거리관계가 공존하기 때문에 드는 감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명색이 <渦中日記>이니 재판의 <과정>뿐 아니라 심경과 상태도 남겨 두어야 맞다는 생각은 한다. 씩씩한 모습, 의연한 모습만 남긴다면 좋은 모습만 남기려는 의도가 노골적인 “역사교과서”와 뭐가 다를까. 역사도 좋아하지만 문학을 좋아하는 건, 문학이 모든 악을 포함한 인간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보이기 위한 일기가 아닌 바에야, 역사 아닌 문학을 지향하고 싶다. 해피엔딩이 될런지 <옥중일기>로 이어질런지 알 수 없지만.

“인권”–“나의 본연의 삶을 누릴 권리가 필요해!”라고 외쳤더니 일본인친구가 아마존의 사진을 보내 주었다. 며칠 전부터 내 책이 <일중/태평양전쟁>분야에서 베스트셀러1위를 오르내리고 있다고. 음.책 팔리면 평화운동에 쓰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우선은 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 주셨던 김관기변호사님과 친구들에게 한턱 쏘아야겠다.

고발당한 날짜, 그 소식을 듣고 “목이 탄다 “는 것이 무언지 처음 알았던 그 날짜에서 꼭 6개월이 지났다.

본문: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018426094850971&set=a.296221900404731.91201.100000507702504&type=3

渦中日記 2014/11/30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요구했던 반론기사가 나왔다. 고발에서 꼭 5개월 반. 페북상에서 공개적으로 지지목소리를 내 주신
노혜경 선생님,김규항 선생님, 대책논의팀을 만들라고 조언해 주셨던 Miyong Kim-To선생님, 다시 감사드립니다. 김도언 선생님께도.
박삼헌 선생님, Jongyil Ra 대사님, 김관기 변호사님,그리고 지지해 주셨던 모든 페북친구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고 드립니다.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4113000439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08427309184183

渦中日記 2014/11/29

어젯밤엔 멀리서 날아와 일부러 서울에 들려주신 Miyong Kim-To 샘을 만났다. 이 분은, 고발직후에 나에게 “대책팀”을 꾸리라고 조언하신 분이다. 그래서 엄청난 비난의 집중포화 속에서 나를 지켜 주려 애써 주셨던 분들과 이 몇달동안 긴밀한 대화를 나누어 왔다. <동아시아 평화와 화해를 위한 제3의 목소리>라는 페북그룹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오늘 오프모임을 한다.

사실, 비슷한 시도를 한일학자들과 십년 전에도 했었고 그들과 함께 심포지엄을 하고 책을 만들어 냈었다. 금년 4월에는 일본관련학자들, 언론인들과 함께 <위안부문제, 제3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심포지엄을 열었었다.

지난 밤, 김미영선생님 덕분에,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좀 더 명료하게 보였다.
그런 아침에 열어본 페북에서 잠시 놀아본 결과. 우연이겠지만 우연의 결과가 반가운 아침. 아무래도 나 이런 놀이 좋아하는 것 같다. ㅎ

http://ko.what-character-are-you.com/m/ko/601/index/3131.html?utm_source=Facebook&utm_medium=desktop&utm_campaign=trafficcheck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07422509284663

渦中日記 2014/11・27ー2

아침엔 많이 외로웠다. 가처분심리가 종결되면서 심란했던 여파일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지인들이 아사히신문에 서평이 났다면서 여기저기서 보내 주었다.

서평을 쓴 다카하시 겐이치로씨를 처음 만난 건, 1995년에 시마네에서 했던 한일문학심포지엄에 참석했을 때다. 나는 그 무렵 웅진출판과 <21세기 일문학의 발견>이라는 시리즈를 기획/편집해서 내는 작업을 했었고 그 시리즈에 그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라는 책을 넣었던 참이었다. 그래서 더 반갑게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013년 여름, 정말 오랫만에 이번에는 그가 재직하는 일본의 대학에서 만났다. 나는 위안부문제를 테마로 강연을 했고 그는 토론자로서 코멘트를 해 주었다.

하지만 그와 따로 만날만큼 교류가 깊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나는 이토록 고독한 책을 읽은 적이 없다

고 쓰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과분한 서평. 하지만 아마도 이 한마디때문에, 나는 이 서평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쓴 이가 일본인이어서 서글프기도 했던 하루.

본문: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006431722717075&set=a.1006431706050410.1073741834.100000507702504&type=3

渦中日記 2014/11/24 – 모럴의 상실

모레, 26일에 제3차 공판이 있다.

지난 주에 시작한 <위안부문제 미니강좌>에서는 “위안부=소녀”라는 인식이 왜 생겼는지를 썼었다. 이번주엔 “강제성”에 대해 쓸 생각인데 원고측이 제출한 서면을 읽다 보니 이런 구절이 보인다.

“일제하 조선에서의 징집형태는, 식민지배와 불가분 관계를 갖고 있는데, 필리핀이나 중국등 점령지에서는 군인이 전면에 나섰지만, 식민지에서는 군인이 대대적으로 총검을 앞세우고 나물캐는 조선처녀를 트럭에 강제로 실어서 끌고 가는 것과 같은 형태의 징집보다는, 취업사기나 인신매매와 같은 이미 조선에 이식되어 있던 공창제도의 매커니즘이 이용되었습니다.
즉, 식민지 동원 체제를 통해 조선인 여성의 성을 용이하게 착취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구비되어 있는 상태였으므로 굳이 조선인여성에게 물리적으로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점령지와 식민지의 차이는, 바로 내가 한 이야기다. 그리고 사실, 내가 한 이야기를, 인용출처를 밝히지 않고 사용하면서 오히려 나를 비난하는 근거로 쓰는 경우는 이미 여러번 겪었다. 이럴 때 나는, 그들의 “모럴”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건 원고측이 더이상 “군에 의한 강제연행”설을 택하지 않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도 앙굴렘만화제에 출품한 만화가들이 그런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고, 한국과 세계에 유통시켜 왔다는 점이다.

일본의 반한감정은, 사실 과장/왜곡된 기억이상으로, 이런 식의 “모럴의 상실”에도 있다.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04172146276366

渦中日記 2014/11/7

한겨레신문에 나를 비난하는 칼럼이 실린 걸 뒤늦게 알았다.
읽고 쓰는 (혹은 지적생산물을 만드는)일만 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런 작업을 바탕으로 월급을 받으니, 대학교수란 읽고 쓰는 일에서 다른분야 사람들보다 탁월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이 분은 내 책을 심각하게 오독한 것 같다. 설마 안 읽고 이런 글을 쓸리는 없을 터이니.
아무튼 이 글은 이 문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지원단체의 말을 그저 대변한 것 같다. 그래서 내용자체보다도 그 만용과 역할이 서글프다. 페친 중에 한겨레독자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굳이 언급해 둔다.

고발사태 이후 위안부문제에 대해 많이는 쓰지 않았다.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늘 그런 일을 쓰는 건 우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원단체와 언론뿐 아니라 교수들조차 빠져 있는 지적태만과 제대로 싸우려면.

사실 나는 만약 가처분재판에 진다 해도 그건 이시대의 한국이 만든 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 중이다. 시대가 늘 올바르게 돌아가는 법은 아니니까.
그러니 내가 앞으로 쓰는 이런 문제 관련 글들은 꼭 나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얼마 전에 연락 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을 위해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변함없이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위한 것으로 생각해야겠다. 그러면 조금은 더 부지런해질 수 있겠지.

http://m.hani.co.kr/arti/opinion/because/663088.html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992730687420512

渦中日記 2014/11/7-2

언론중재위원회 심리에 참석하러 다시 왔다. 그 전에 연합뉴스와 인터뷰.

이번에 신청한 곳은 네 군데다. 연합뉴스는 왜곡된 원고측 자료를 내게 확인 없이 처음으로 내보내 온갖 매체들이 받아쓰기 하도록 만든 곳이긴 하지만, 악의는 없어 보여 많이 양보했다. 원래의 6월 15일 기사에 내 의견을 추가하고 따로 반론보도성격의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합의.

기자와의 인터뷰가 끝나면 다시 연합뉴스, 조선닷컴, 한국일보,한겨레와 함께 심리를 받게 된다.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992766940750220

渦中日記 2014/11/3

<제국의 위안부>일본어판이 도착했다. 장정이 마음에 든다. 아마도 단순한 번역이었으면 재판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고발사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번역이 아니라 일본어로 다시 쓴 건 잘한 일이었다.

원래 이 책은 일본정부와 부정파들(한국에선 정부도 부정파와 똑같이 취급되지만)의 사고방식을 비판하기 위해 일본어로 쓰이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러다가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두번째 제안이, 지원단체를 의식한 청와대에 의해 거부되는 사태를 보면서, 한국어책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해 한국어로 이어 쓰기 시작했고 결국 한국어 책이 먼저 나오게 된 거였다.

돌고 돌아,이 책의 첫부분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서 3년이 흘렀다.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일본인들이 보게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 띠지에 쓰여 있는 것처럼, 이 책에 나는, 매춘부니 성노예니 하는 논란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이 문제는 식민지지배가 만든 문제이니 그에 대한 사죄를 담은 국회결의가 필요하다고 썼다.
지원단체와는 주장의 내용도 논리도 방법도 다르지만,더 많은 일본인들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였다. 이 책은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본문: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990207631006151&set=a.296221900404731.91201.100000507702504&typ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