渦中日記 2015/6/22

작년 7월, <제국의 위안부>를 고발한 나눔의 집 관계자들은 내가 10년전에 낸 책까지 공격을 시작했고 한겨레를 비롯한 몇몇 신문이 곧바로 “일본우익을 대변한 책”이라고 보도했었다.

그 시점에선 전자책밖에 없었는데 그저께 심포지엄날짜에 맞춰 종이책이 다시 나왔다. 표지는 최규승 시인의 사진을 사용했다. 그 외에도 여러 페이스북 친구들이 이 책을 함께 만들어 주셨다.

전자책에는 없는 “독도보론”과 “해설”이 들어가 있습니다.
출판사와 함께, 이 책의 수익은 모두, 동아시아 평화 운동에 쓰기로 했으니, 많이많이 사 주시고 읽어 주시고, 함께 해 주신 분들이 “일본우익을 대변”하는 일에 가담했는지 확인해 봐 주시기를.
함께 해 주신 분들 덕분에, 예전책보다 더 아름답고 더 지적인 책이 되었습니다. ㅎ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141455249214721

장정일, 박유하 논란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 (한겨레신문)

장정일 소설가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지음/뿌리와이파리 펴냄(2013)

지난 2월17일,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가 출판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이재명 성남 시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트위터에 “어쩌다 이런 사람과 하나의 하늘 아래서 숨 쉬게 되었을까”라면서, 지은이를 “청산해야 할 친일 잔재”로 몰아 세웠다. 그러면서 책을 읽어 보았느냐는 누리꾼에게 “똥은 안 먹고 냄새만으로 압니다”라고 일갈한다. 여러 우익 단체들이 아무 근거 없이, 단지 ‘냄새’가 난다는 직감만으로 그를 ‘빨갱이’라고 확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더 슬픈 것은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학과 교수가 <한겨레> 2월26일치에 쓴 칼럼이다. 그는 그 글에서 박유하가 “조선인 위안부가 군수품이었다면, 강간당한 네덜란드 여성이나 중국 여성은 전리품”이었다는 논지를 폈다고 주장하는데, 이 책 219쪽에 있는 저 대목은 위안부 제도를 운영했던 일본군의 기본적인 태도를 가리키는 것이지 지은이의 것이 아니다. 또 조한욱은 지은이가 위안부 형성 과정을 기술하면서 전적으로 “제국주의 일본 정부의 사료”에 의지했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위안부 형성 과정을 다루고 있는 대목에서는 제국주의 일본 정부의 사료가 단 한건도 나오지 않는다.

지은이가 <제국의 위안부>를 쓰면서 기본으로 삼은 사료는 1993~2001년 사이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출간한 군위안부들의 <증언집: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 다섯권이다. 현재 강제납치와 매춘 여부를 둘러싸고 지은이가 ‘나눔의 집’ 할머니들에게 명예훼손으로 피소된 사항들은 모두 이 책을 근거로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나보고 배급을 타가라던 이장 아들이 계집애가 있는 집을 다 가르쳐 준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 사람이 주인이 돼갖구는 얼마나 나를 뚜들겨패는지 몰라. 손님을 안 받을라 한다구.”, “주인은 한국 사람이었어.”, “한국 사람들이 더 나뻤어요. 우리를 팔어묵었으니께.” 등등.

<증언집>에서 출몰하는 이런 증언은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출판금지 조처가, 강제납치 되어 성노예가 되었던 ‘나눔의 집’ 할머니들과는 다른 무수한 할머니들의 기억과 목소리를 빼앗는 일이라고 말해준다. 지은이는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강제납치 되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이 군위안부의 “평균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할 뿐이며, 이 주장은 딱히 지은이의 것만이 아닌 이 분야의 상식이 된 지 오래다.

2003년, 일본에서 출간되고 이제야 번역된 윤명숙의 <조선인 군위안부와 일본군 위안소제도>(이학사, 2015)는 “조선인 군위안부의 징모(국가에서 특별한 일에 필요한 사람을 불러 모으는 일) 형태는 군인·헌병·경찰의 납치로 이루어지는 형태보다 징모업자의 취업 사기로 이루어지는 형태가 압도적”이었다고 말한다. 군인에 의한 강제납치가 일반적이 아니었다는 사정은 그만큼 많은 한국인들이 징모에 협조했다는 뜻이며, 윤명숙의 말에 따르면 그 일을 직시하는 것은 “친일 세력(도지나사 경찰 등)”에 대한 책임 추궁과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제국의 위안부>는 우리가 외면하려고 하는 일제 36년의 성격을 마주보게 한다. 위안부 논쟁에서 일본을 이기는 방법은 그들보다 우리가 더 많이 아는 것이고, 백전백패하는 방법은 일본이 아는 것을 우리가 모르는 체하는 것이다.

원문: 박유하 논란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 (장정일의 독서일기, 한겨레신문)

渦中日記 2014/11/7

한겨레신문에 나를 비난하는 칼럼이 실린 걸 뒤늦게 알았다.
읽고 쓰는 (혹은 지적생산물을 만드는)일만 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런 작업을 바탕으로 월급을 받으니, 대학교수란 읽고 쓰는 일에서 다른분야 사람들보다 탁월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이 분은 내 책을 심각하게 오독한 것 같다. 설마 안 읽고 이런 글을 쓸리는 없을 터이니.
아무튼 이 글은 이 문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지원단체의 말을 그저 대변한 것 같다. 그래서 내용자체보다도 그 만용과 역할이 서글프다. 페친 중에 한겨레독자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굳이 언급해 둔다.

고발사태 이후 위안부문제에 대해 많이는 쓰지 않았다.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늘 그런 일을 쓰는 건 우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원단체와 언론뿐 아니라 교수들조차 빠져 있는 지적태만과 제대로 싸우려면.

사실 나는 만약 가처분재판에 진다 해도 그건 이시대의 한국이 만든 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 중이다. 시대가 늘 올바르게 돌아가는 법은 아니니까.
그러니 내가 앞으로 쓰는 이런 문제 관련 글들은 꼭 나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얼마 전에 연락 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을 위해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변함없이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위한 것으로 생각해야겠다. 그러면 조금은 더 부지런해질 수 있겠지.

http://m.hani.co.kr/arti/opinion/because/663088.html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992730687420512

渦中日記 2014/11/7-3 – 언론중재위원회 후기

언론중재위원회 후기

언중위 끝나고 곧바로 송현상&류근 콘서트에 갔다가 밤늦게 귀가했고 토요일에도 오전에 인터뷰, 오후에 회의와 모임이 이어져 언중위 결과를 쓸 틈이 없었다. 밀린 방학숙제 하는 기분.

심리실에 들어가 중재위원 다섯사람과 마주앉으니 네 곳의 언론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내 옆으로 나란히 앉았다. 고발직후의 보도와 한달 후 쯤에 나온 <화해를 위해서>관련 보도에 대한 신청이었는데 결국 같은 문제로 중재부는 판단한 듯. 이미 합의가 된 연합뉴스는 합의사항을 확인 후 먼저 퇴장. 조선닷컴도 내 주장을 전면적으로 인정했다. 9개나 되는 반복기사를 삭제 후 연합뉴스가 작성할 반론기사를 실어주기로 하고 퇴장.

그런데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데스크가 180도 바꾸어 <화해를 위해서>가 “일편향”이었다고 실었던 한국일보는 의외로 강경했다. “기자가 책을 읽은 이후의 판단”이라는 것.
하지만 위원들은 객관적이어야 할 언론의 본분을 벗어난 것이고 “일편향 논란”이라는 말은 이미 부정적가치판단이 들어간 것이라고 질책했다. 그리고 결국 한국일보도 본부와의 통화후 승복. 큰 틀에서 연합뉴스의 조치대로 하겠다고 했다. 한겨레는 해당뉴스가 연합뉴스를 전재한 것일 뿐이라며 연합뉴스의 조치에 따르겠다고 했다.

사실은 “일편향”이니 “일본우익대변”이라는 식으로 원고측 주장을 그대로 실었던 언론에 대해서는 공식사과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에 없는 사과를 강요할 수는 없다 해서 양보. 결국 반론기사 말미에 해당기사가 언중위의 중재를 거쳐 나오게 되는 것이라는 문구를 넣는 선에서 합의했고 합의내용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신청을 취하하기로 했다.

아주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중재부 위원들이 전면적으로 나의 항의에 귀기울이고 동의하고 나대신 언론들을 질책해 준 것만으로 언론중재신청은 의미가 있었다.
끝나고 나서 중재위 한분이 말했다
“언론사 네곳을 초토화시키셨군요.”
그랬다고 한다면 오로지 합리적인 판단으로 나를 응원해 준 중재위 덕분이다. 언중위 위원들은 판사,변호사,전 언론인,언론학교수등으로 구성. 이 나라의 상식과 양식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던 날.

http://www.hankookilbo.com/m/v/0b72c2b43ac04f47889767571fbd1930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993993710627543

渦中日記 2014/11/7-2

언론중재위원회 심리에 참석하러 다시 왔다. 그 전에 연합뉴스와 인터뷰.

이번에 신청한 곳은 네 군데다. 연합뉴스는 왜곡된 원고측 자료를 내게 확인 없이 처음으로 내보내 온갖 매체들이 받아쓰기 하도록 만든 곳이긴 하지만, 악의는 없어 보여 많이 양보했다. 원래의 6월 15일 기사에 내 의견을 추가하고 따로 반론보도성격의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합의.

기자와의 인터뷰가 끝나면 다시 연합뉴스, 조선닷컴, 한국일보,한겨레와 함께 심리를 받게 된다.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992766940750220

渦中日記 2014/10/19

어제는 오래 미루어 왔던 일을 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기 위한 작업.
그런데 언론 중에도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문제가 심각했던 건, 양극단의 “적대적공존”이라는 우리사회의 현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만 것이 아니었을까.

과거에 쓴 내 책이 “일본우익을 대변”했다고 쓴 한겨레는 벌써 5년 전에 “일본우익의 찬사”를 받았다고 쓴 적이 있다. 그 때도 난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요청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그 때 하지 않았던 선택이 5년 후에 이런 사태를 불러왔는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나를 일본우익의 대변자로 몰고 싶어하는 한겨레의 인식은 사실 재일교포학자가 퍼뜨린 인식이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의 인식이, 고발장에도 차용되어 고발이라는 폭력을 뒷받침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사상은 때로,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원고측 요청으로 미루어졌던 2차심리가 이번주 수요일로 다가왔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도 이제 중반.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980578661969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