渦中日記 2014/11/22

감기약 먹은 몸에 술을 붓는 만행을 참았더니 몸이 많이 가뿐해졌다. 나이 먹으면 절제가 가능해진다. 동시에 지극히 “올바른”생활을 하다 죽어간다는 얘기겠지.

소송이후의 나날을 <渦中日記>라는 이름으로 써 왔지만 사실 기억과 마찬가지로 일기도 선택된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무난한”얘기만 써 왔던 것 같다. 혹은 공개가능한.

남은 삶을 “여명”으로 의식하거나 죽음을 의식하며 말하고 행동한 적은 적지 않지만, 역시 기본적으로는 잊고 지내는 일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渦中日記>도 진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실은 언젠가 이 사태가 끝나고 나면 따로 정리할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시간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좀 더 진지해져야겠다. 우리는 모두 역사적 문맥을 신체에 담은 아카이브이니까.

어제는 오전에 나를 응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페친들의 모임, 그러나 이왕이면 나 하나를 응원하는 것을 넘어 동아시아평화운동으로 가자고 말했던 모임의 멤버들 중 몇사람과 “고발사태를 이해하기 위한 책”을 만들기 위한 회의를 했다.
오후엔 “한반도에서 강제연행을 했다”고 했던 이른바 “요시다증언”이 한국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사하러 왔다는 아사히신문기자에게 생각 전달. 여러 관계자들에게 취재중이라고.

사족.
사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내가 그에게든 그가 나에게든) 삶은 이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자의 순애보가 더 애틋했던 이유. 그리움은 늘 눈/비와 함께 온다.
비오는 아침, 어젯밤에 본 영화 <5일의 마중>감상.

본문: https://www.facebook.com/parkyuha/posts/1002443579782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