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

정영환의 말을 출판사와 출판기념위원회가 그대로 옮겨 언론에 퍼뜨리고, 언론 또한 나를 비판하는 책에 대한 나의 의견을 묻지 않고 기사화하고 있다. 2년전에 나눔의 집이 나를 고발하며 “자발적 매춘부라 했다””위안부할머니를 피해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라 했다”고 했던 말을 수많은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했던 때와 똑같아 현기증을 느낀다.
이번 사태가 내게 더 충격적인 건, 그의 책이 번듯한 출판사에서 번역출판되고, 성실한 학자들이 아직 젊은 그의 책의 논지를 아무런 검증없이 수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일이라서가 아니라, 경박한, 너무나도 경박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한 댓글이 내게 “통일되면 보자”는 식의 협박을 날렸던 데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사태를 나는 크게는 “냉전 후유증”으로 본다. 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의 총체적 “지적 퇴락”(정영환)이 일으키는 일인 것도 분명하다.
나를 “실성한 여자”라고 쓴 글이 출판사대표의 담벼락에 공유되어 있는 것도 그런 현상 중 하나일 것이다. 설사 참고용이라 해도. 화가 나기보다 부끄럽다.
출판기념기자회견에서 재판에 연대를 표명하는 발언이 있었던 것처럼, 이 출판은 나에 대한 소송에 본격적으로 가담하는 일이다. 출판은 자유이나 관계자들이
그점을 인식 해주면 좋겠다. 정영환 역시 노골적으로 고소취하에 합의할 수 없다고 언명했었다.
“잘못 나가는” 현대일본을 비판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겠지만, 정영환식 사고야말로 일본을 잘못 나가게 만들 수 있다. 그 책임은, 20여년 운동 끝의 국민간적대와는 다른 차원이 될 것이다.
정영환이 나를 비판한 자리에서 제출한 자료와 발언을 읽었다. 최소한 거기에서의 그의 지적들은, 전부 악의적 왜곡이거나 견강부회이거나 초보적 오독에 의한 것들이다. 곧 구체적으로 지적할 생각이다.
이 글을 보실 기자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이 책에 대해 기사를 쓰실 분들은, 저의 홈피(parkyuha.org)에 올려 놓은 반론을 읽거나 제게 의견을 물어봐 주신 후에, 기사를 쓰거나 수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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