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참석을 결정한 건 “초청공문”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간담회 두시간 중 최소 15분, 많으면 30분은 발언시간이 주어지리라 생각했었다.
세 사람이 20분씩 나의 책을 극렬히 비판했으니 그렇게 예상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원래 없었다는 지정토론자가 세사람이나 갑자기 정해졌고 그들에 대한 저자의 피드백이 끝나고 “청중”에게 마이크를 돌리겠다며 사회자가 말한 남은 시간은 고작 20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절망적인 기분으로 물었다. 내가 얼마나 시간을 쓸 수 있는지. 일반적인 질문은 보통은 3분정도가 예의니까.
하지만 내 예상/기대와는 달리 나는 특별취급을 받지 못했고(즉 주최측은 반론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고),오히려 일부사람들에게 야유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잔치판을 깬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고, 그나마 주어진 시간도 유효하게 쓰지 못했다. 학문적 논쟁이 기대되지 않은 “잔치”에, 존중받는 논의를 기대하고 나간 건 불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만에 만나는, 한 때 함께 했던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건 나쁘지 않았다. 우연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소중한” 대접을 받은 지정 토론자 세 사람 모두가, 과거에 민족주의를 넘어 대화하는 어떤 한일지식인모임에서 함께 했던 이들이었다. 말하자면 현재의 대립은 그런 대립이다. “만남”은 어떤 의미에서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책이 나오고 3년동안, 어떤 비판모임도 나를 한번도 부르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하고 앞으로라도 불러 달라고 말했다.
사실 고발이후, 모든 비판은 재판 이후로 미뤄달라고 부탁해 왔다. 하지만 그런 나의 부탁을 비웃듯 이미 여러 글과 책이 나왔으니, 이제 그 말을 철회한다.
비판자들이,내 책에 대한 규탄을, 모놀로그가 아니라 다이얼로그적, “학문적 잔치”로 만들어 주기 바란다.
그런데 왠일인지, 모임 종료 직후에 동영상이 비공개처리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굳이 보이고 싶은 영상은 아니지만, 반론권에 대한 질문을 포함, 그리고 정영환씨가 나를 비난했다는 말까지, (정말이라면 유감이다. 나는 참석한 덕분에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이 생겼었는데) 편집 되지 않은 상태로 다시 공개 되기를 바란다.
“축하”자리였다면 더더욱, 논의를 풍성하게 해야 하고, 그럴수록 반론에 시간을 할애해야 했던 거 아닐까. 모든 공간은 타자가 있어야 풍요로워진다. 어제 모임이 유감으로 남는 이유다.
(어제 와 주었던 강의석감독이 영상을 올려 주었다는 걸 방금 알았다. 아래 태그포스팅. 어제 분위기를 아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