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2심 세번째 공판 피고인 신문은 1심때와 대동소이했다. 검사는 내가 응했던 신문인터뷰등을 들고 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괘씸한) 박유하” 의 이미지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었고, 정영환이 나의 책에 대해 말한 내용들 –일본어판에선 일본이 사죄했다고 썼다( 일본어판 역시, 공식적으로 사죄한 적은 없으니 국회결의가 필요하다고 썼는데도), 일본인위안부의 애국을 조선인 위안부의 애국이라고 했다등–을 가져와 나의 “범죄”를 추궁하려 했다. 심지어 일본지원단체장을 맡고 있는 재일교포 양징자씨가 나의 책에 대해 엉터리로 말한 부분까지 가져와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을 땐 오히려 맥이 빠졌다.
검사의 마지막 질문은, 12년전 책 <화해를 위해서>를 가져와 ” 이 책에서 ‘생명을 훼손시켜 가면서까지 지켜야 할 영토는 없다’고 썼지요?” 였다. 그의 관심은, <제국의 위안부>가 위안부할머니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보다, 나의 생각이 얼마나 반국가적인지를 증명해 보이려는 사상검증에 있었던 셈이다.
재판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었는데도, 귀가후엔 피로가 몰려와 곧바로 쓰러져서 잤다. 아마도 몸이 힘들어서 그랬을텐데, 밤새 내내 험한 꿈들을 꿨다.
이미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어제는 검사가 질문내용을 보여 주기 위해 가까이 다가 올 때마다 유독 고통스러웠다. 심리적인 것이었을까.
마광수 교수의 발인이 오늘이라는 것을 아침신문에서 보고 잠시 빈소에 다녀왔다. 뒤늦게나마 모인 꽃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넋을 위로했기를 .
다시 하루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