渦中日記 2017/10/6

슬프고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여성신문의 공격. 어제 나온 기사인데 오늘 봤다.
“성매매 여성의 주체성 강조하는 일본의 성노동론,
일본군‘위안부’ 주체성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돼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이어져 ”
라는 기사. http://m.womennews.co.kr/news_detail.asp…
내가 페미니스트인 걸 아시는 분들은 왜 내가 여성신문한테 공격을 받는지 의아하실 수도 있겠다. 여성 신문은 이 3년 동안 지속적으로 나를 비난하는 기사를 써 왔다. 말하자면 한겨레신문처럼.
나를 둘러싼 사태에서, 진보가 하나가 아니라는 건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여성주의도 하나가 아니다. 이하는 기사에 대한 간단한 논평.
1)<제국의 위안부>에서 “강조”한 주체성은 성매매에 관한 주체성이 아니라 “감정”(개인/여성)의 주체성이다. 우에노교수가 평가한 것도 그 맥락에서였다.
2)나는 조선인위안부가 “일본군을 자발적으로 지지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3)일본 지식인들의 <제국의 위안부>지지는 오노자와씨등이 주장하는 성노동론비판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4)내가 행한 정대협 비판과 일부 일본인들의 지원단체 비판 역시 성노동론비판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5)오노자와 담론은 내 책이 위안부의 (매춘에 대한) 자발성을 “강조”한 책인 것처럼 왜곡한다. 나와 나를 지지하는 지식인들이 성매매에 찬성하거나 “성매매비판”을 오히려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5)오노자와가 인용한 우에노의 말은 신문 인용이기 때문에 앞뒤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다. 인용내용이 잘못된 것 같진 않지만, 이 중요한 논점을 말하는데 사용 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오노자와는 비판대상의 “책”이 아니라 신문 논평 한마디로 비판하는 태만을 저지르고 있다.
무엇보다, 우에노 신문논평조차, 제대로 읽으면 성매매를 “찬성”하는 내용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주의자의 생각이 일본 포르노 여배우의 인권문제개선이 안되는 이유인 것처럼 왜곡하는, 아주 악의적이자 (미안한 말이지만) 바보 같은 논리다.
6)”성매매”(매춘)에 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성매매를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다. 하지만 2000 년대 초반에 한국지식인 여성들이 성매매를 “법적으로 금지”한 일은 수많은 폐단을 낳았다고 생각한다.
추진한 이들이, 그 선의와 정의감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7)오노자와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주장을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논지를 왜곡해 가져다가 그것이 자신들의 실패의 원인인 것처럼 쓰고 있다.
<결론>
1)
오노자와의 비논리적 비약을(지적하지 못하고) 그럴듯한 논리인 것처럼 보도하고, 심지어 <제국의 위안부>공격에 사용하는, 학자들과 여성신문의 악의적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2)
여성주의-페미니즘도 변해야 한다.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쓴 <제국의 위안부>를 “우파가 지지하는 제국의 위안부”로 왜곡 혹은 축소시켜온 이들의 담론을 통해, 과거역사문제를 넘어 진보의 사고/사상문제도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된 분도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서경식 /정영환 등의 문제를 급진진보의 문제로 말해 왔지만, 오히려 이들의 “보수성”을 말해야 할 것 같다.
모든 급진은 무언가를 원리주의적으로 지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이다.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그 귀결점이 어디일지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오노자와 담론에서도 같은 경향이 보인다. 이나영교수가 칭찬하는 “영페미”들이, 좀 더 깊은 사고로 이런 상황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 주기를 기대한다.
3)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정황–총우경화로 보이는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게 재단할 일이 아니다. 선거 결과를 보고 나서 필요하면 다시 쓰겠지만, 우선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일본에서 나를 비판하는 급진진보들은 우경화가 박유하를 지지하는 “리버럴”(여러번 언급했지만 자유주의라는 뜻이 아니라 진보다) 탓인 것처럼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보수적/원리주의적 급진 진보의 탓이다.
누구 탓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야 현재의 판단과 미래행동에서 오류가 적을 것이기에 쓴다. 이들의 담론이 모두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나만의 위기이지만.
4)
이들은 내 책이 그런 “사상의 자장”안에서 논의되어야 할 책이라는 걸 알면서도,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한 “쓰레기” 책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의 과다한 비난과 “징역3년”이라는 국가의 요구를 방치/방관을 넘어 가담중이다. 심지어 집단적으로.
내게는 이제, 검찰과 대중이 오히려 죄가 없어 보인다.
이른바 일부 페미니스트와 급진진보들에 대한 나의 실망과 분노는 거기에 있다. 이들의 잘못된 논지가 아니라.
5)
이덕일류의 역사기술문제에 대한 지적이 젊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시작되어 무척 고무적이다. 그런데 왜 위안부문제에 관해서는 그런 이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내 경우, 오히려 “젊은 역사학자”들이 한국학계에서는 가장 먼저 목소리 높여 나를 비난했다. 이런 정황에 대해서도 분석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페북포스팅을 잠시 쉽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을 만나면서, 다시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이 드는군요. 혹은 두더지 때리기를 하고 있는 듯한.
정대협에 대한 생각, 한일합의에 대한 생각, 해야 할 말은 많지만, 판결 이후에 하겠습니다.
대신,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시게 한 친구신청하신 분들 수락하기 위해, 페친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