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을 이유로『제국의 위안부』34개 문장의 삭제를 인용한 가처분 사건 비판

명예훼손을 이유로『제국의 위안부』34개 문장의 삭제를 인용한 가처분 사건 비판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4카합10095 결정에 대한 반론*

홍승기 –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초록 : 명예권의 배타성을 전제로 침해행위의 금지를 인정하려면 검열금지의 헌법 원칙(제21조 제2항)에 비추어 엄격하고 명확한 실체적 요건을 요구하고, 그 입증책임을 피해자의 부담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1. 17.자 2003마1477 결정 등). 박유하 교수의 2013년 작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출판금지가처분 사건에서, 2015년 2월 17일 법원은 일본군 위안부 9인이 명예를 훼손당하였다는 이유로 ‘34개 사항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 등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하였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4카합10095 결정). 이 결정 이후 『제국의 위안부』는 형사사건, 민사사건에 휘말려 아직도 사건이 계속 중이다. 이 사건의 실질적 당사자는 ‘지원단체’이고, 채권자들은 『제국의 위안부』에서 전혀 특정되지 않았다.
실제로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는 전체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의 고통을 분석한 『제국의 위안부』가 개별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 한편, 법원이 삭제를 명한 이 사건인용 부분은 『제국의 위안부』 전체의 맥락에서 볼 때 대체로 학자의 의견이거나 ‘허위’가 아닌 사실로서, 학문의 자유·표현의 자유라는 공공의 이해에 직결되는 쟁점이다. 법원은 당사자조차 특정되지 않은사안에서, 단행 가처분에 반드시 필요한 고도의 입증책임을 간과하고 출판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는 잘못을 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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